사회적으로 집단따돌림 현상이 심각한 학교 문제가 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로 인한 청소년들의 자살까지 이슈가 되면서, 학교 측의 학생에 대한 관리와 감독이 더 철저해져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대법원은 '집단따돌림'을 학교 또는 학급 등 집단에서 복수의 학생들이 한 명 또는 소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도와 적극성을 가지고, 지속적이면서도 반복적으로 관계에서 소외시키거나 괴롭히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런데 같은 반 학생들의 집단따돌림으로 자살한 여학생 사건에서 대법원이 담임교사의 자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는 판단을 해 눈길을 끈 바 있다.(2005다16034)

X여중 3학년에 재학 중이던 A양은 같은 반 친구들인 B, C, D와 2001년 3월 경부터 배타적으로 어울리는 작은 집단을 형성해 지냈다. B양이 집단을 주도하면서 A양을 집단에서 배척했다가 다시 끼워주는 것을 되풀이하며 이른바 집단따돌림을 하기 시작했다.

B양은 A양의 필통을 감추고, 다른 친구들 앞에서 A양을 놀리는 등 6개월여 동안 지속적인 따돌림을 주도했다.

결국 A양은 친구들이 자신만 따돌린 채 급식소에 밥을 먹으러 가버리자 엄마에게 전화를 해 "따돌림을 당하고 있으니 전학을 보내 달라, 죽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이에 놀란 A양의 엄마는 곧바로 학교를 찾아 담임교사에게 A양과의 통화 내용에 관해 상담을 했다. 이에 담임교사는 A양 어머니에게 "지난 봄부터 B양 등이 A양을 배척했다, 끼워줬다 하는 것을 반복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그래도 잘 지낼 것이니 걱정말라"고 말하며 안심을 시켰다.

그러나 B양 등은 A양에 대한 괴롭힘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같은 날 집에 돌아 온 A양은 유서를 남긴 채 아파트 16층에서 투신 자살했다.

A양 어머니는 담임교사와 학교를 상대로 "딸의 자살과 집단따돌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학생인 A양에 대해 보호감독의무를 지닌 담임교사와 공립학교인 X학교의 지자체는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며 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담임교사 등은 A양의 자살을 예견할 수 없었으므로 A양의 자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집단따돌림으로 인해 피해 학생이 자살한 경우, 자살의 결과에 대해 학교의 교장이나 교사의 보호감독의무 위반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피해 학생이 자살에 이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아 교사 등이 이를 예견했거나 예견할 수 있었음이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악질, 중대한 집단따돌림이 계속되고 그 결과 피해 학생이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 있었음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피해 학생이 자살에 이른 상황에 대한 예견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집단따돌림의 내용이 위와 같은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교사 등이 집단따돌림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더라도 이것만으로 피해 학생의 자살에 대해 예견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자살을 예측할 수 없던 상황의 교사 등은 자살의 결과에 대한 보호감독의무 위반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양이 당한 집단따돌림은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악질, 중대한 따돌림에 이를 정도라고는 보기 어렵다"면서 "자살 당일 평소와 다름 없는 행동을 보이며,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던 A양의 상태 등에 비추어 볼 때, 당시 담임교사가 방과 후 A양이 자살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결과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교사 등이 집단 따돌림 자체에 대한 보호감독의무 위반의 책임을 부담하는 것과는 별론으로, 담임교사가 A양의 자살 자체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담임교사와 학교는 A양의 자살로 인한 유족들의 손해를 배상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 판결팁= 이번 판결에서 주의할 점은 대법원이 학교와 담임교사에 대해 학생의 집단따돌림을 막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끔 보호하고 감독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이 담임교사와 학교에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부분은 'A양의 자살'에 대한 부분이다.

담임교사와 학교 측으로서는 '객관적으로' A양이 자살에 이를 정도의 극심한 집단 따돌림까지는 당하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평소와 다름 없어 보였던 A양이 어느 날 갑자기 하교 후 집으로 돌아가 자살을 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담임교사 등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 A양이 단순히 무시를 당하는 방법이 아니라 심한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는 등 객관적으로 볼 때 악질적이며 중대한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면 대법원 역시 담임교사 등이 이로 인해 A양이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할 수 있었다고 보아 그 부분 손해를 유족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물론, 집단따돌림을 겪는 개개인들이 느끼는 정신적 고통의 정도를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대법원이 '사회통념상 악직, 중대한 집단따돌림'이라는 기준을 두고 그에 따라 자살에 대한 예견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객관적 판단을 위해 법원이 불가피하게 선택한 기준인 것으로 보인다.

◇ 관련 조항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755조(감독자의 책임)

① 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감독의무자를 갈음하여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사람을 감독하는 자도 제1항의 책임이 있다.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

①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 <개정 2014.12.30>

③ 전2항의 경우에 사용자 또는 감독자는 피용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가배상법

제2조(배상책임)

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향토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전사)·순직(순직)하거나 공상(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