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과 브로커, 그리고 법조비리. 마치 처음 본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굴고 있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처음이 아니다. 잊혀질 만하면 터진다. 누구도 없던 일이 생겼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동안 '전관'들은 '예우'를 받아왔고 '브로커'들은 업계 이곳 저곳을 누벼온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단다.

사건이 터지면 '나쁜 놈들'이라 욕하지만, 정작 소송 당사자가 되면 돈을 더 주고서라도 '인맥'이 '빵빵'할 전관 변호사를 찾고, 담당 판검사에게 전화 한 통 해주길 바라며 웃돈을 건낸다. 못해주는 변호사는 '능력이 없다'고 등을 돌린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한 두 사람의 문제도 아니라는 말이다. 법조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다. 수십 년째 이어온 전관예우와 브로커 문제. 이번에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전관비리? 전관을 없애자…평생 법관·검사제 도입해야"

'사법제도개혁 테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운영 중인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는 지난 30일 평생법관·검사제를 입법청원하겠다고 밝혔다. 전관예우 논란을 막기 위해 판검사가 정년 전에 퇴직해 변호사로 개업하는 것을 아예 막자는 것이다. 다만 퇴직 후 무료변론상담이나 국선변호 정도만 변호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사법제도개혁 TF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는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을 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관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당사자들을 처벌하고 사후 대책이 나오는데, 이게 처음 있는 일인가요. 똑같이 반복되고 있어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해요. 미국이나 일본 등은 전관변호사가 없어요. 스스로 안하죠. 우리는 왜 할까요. 외국처럼 판사가 변호사 개업을 안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면 전관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해서 아예 법제화 하는 방법을 제안한 겁니다. 물론 현직에 대한 처우 개선도 뒤따라야겠죠."

이 같은 제한이 기본권인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지만, 전관예우 폐해를 차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현직 판검사들 입장에서 장점도 있어요. 정년이 보장됐으니 눈치 보지 않고 수사와 판결을 할 수 있죠. 법조일원화에 따라 변호사들이 판사로 임용이 될 때, 공직에 임하는 최소한의 사명감과 각오를 가지고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변호사 하다 판사하다 다시 변호사를 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이해를 할까요."

김 회장은 국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선임계 없이 사건을 수행하는 변호사를 처벌하는 내용을 입법청원했지만 국회에서 외면했고 법안은 결국 폐기됐어요. 이번에 제안한 전관 개업을 막는 법안도 국민 다수는 찬성할 것으로 생각해요. 국민 다수가 필요성을 느끼고 명분이 있는 법안을 국회가 외면해서는 안돼요. 국회가 계속 외면한다면 결국 책임도 모두 국회가 져야할 겁니다."

서울변회는 지난해 정당한 사유 없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하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자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했다. 하지만 19대 국회는 이를 통과시키지 않았다.

"로스쿨 실무수습제도 의무화 폐지·실무교수 비율 높여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사법시험 존치 여부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김 회장은 "로스쿨이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 전형 등을 통해 기존에 법조인이 되기 힘든 이들이 법조계에 진출하는 창구가 됐다는 장점도 있다"면서도 "입학전형에 대한 논란과 장학금 지급 등 초창기부터 지적됐던 문제에 대해서 로스쿨 차원의 개선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실무수습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 시험 합격자는 6개월 간 실무수습과정을 거쳐야 한다. 법무법인이나 정부 기관 등에서 근무하거나,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실시하는 연수를 받아야 하는데, 서울변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10명 중 1명은 무급으로 일을 했다. 조사 대상자 절반은 월 150만원도 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서울변회는 다음 달 중 변호사 실무수습제도 의무화 폐지 의견을 낼 예정이다.

"실무연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화에 반대하는 겁니다. 실무연수를 받을 것인지 받지 않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실무연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기관과 개인이 협의해서 정하면 돼요. 실무수습을 하지 않으면 변호사를 못한다고 못박아놓고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정식 변호사가 되기 전 현장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교육은 로스쿨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로스쿨은 사법시험과 연수원을 대체하는 제도에요. 변호사가 되기 위한 모든 교육은 로스쿨에서 이뤄져야죠. 이게 안돼서 실무수습이 필요하다고 하면 로스쿨이 잘못 운영되고 있다는 겁니다. 교육기간이 3년인데, 이 동안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어야죠. 로스쿨과 교수들이 해야 할 것을 왜 일선의 변호사들과 학생들에게 떠넘기나요. 로스쿨과 교수들이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봐요."

또 로스쿨의 실무교수 비율을 현재 20%에서 5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무가가 절반은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 법과대학과 달리 로스쿨에서는 실무가가 배출되는 거니까요. 민사소송을 가르치면서 소송 경험이 없다면, 외과에서 수술 경험이 없는 사람이 이론 수업만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