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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의 변호사 개업광고 이미지/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
정운호 게이트로 구속된 홍만표·최유정 변호사는 여느 전관들과 마찬가지로 신문 1면에 변호사 개업광고를 통해 자신의 개업을 알렸다.
이런 개업광고는 그간 전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2007년 변호사광고규정이 완화돼 현재는 언제든 변호사가 신문에 광고를 낼 수 있지만 과거엔 개업시와 이전시 각 1회씩만 가능했다. 따라서 화려한 법원·검찰 경력이 있는 전관들에게는 자신의 개업을 알리는 통과의례처럼 여겨졌다. 같은 크기의 다른 광고에 비해 가격도 상당하다. 매체에 따라 500만~900만원 정도에 달한다.
◇개업광고에서 이미 노골적인 '전관 예우' 가능성 내비쳐
가끔 전관이 아닌 연수원 수료 후 바로 개업하는 변호사가 광고를 하기도 했지만 극소수에 불과했다. 비전관의 개업광고는 사실상 광고효과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업광고를 할 수 있다는 것부터 전관과 비전관으로 사실상 나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문 1면에 보이곤 하는 명함크기 변호사 개업광고는 '전관비리'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와 같다고 볼 수도 있다.
변호사 개업광고는 그 노골적인 문구에서 이미 '전관예우' 가능성을 대놓고 광고하고 있다. '주요경력'에 사법연수원 기수부터 시작해 거쳐간 법원·검찰을 구체적으로 나열한다. 여기에 출신 지역과 학교로 연고도 강조한다.
최근엔 개업·이전 광고 외에 '수임제한해제' 광고가 문제되기도 했다. 변호사법에 따라 판검사를 지낸 변호사는 퇴임 직전 근무했던 곳의 사건을 퇴임 직후 1년간 수임하지 못한다. 이에 일부 전관들이 1년 제한기간이 풀린 사실을 '개업 1주년 인사' 혹은 '수임제한 해제인사'라는 제목으로 노골적으로 광고하자 변협이 제재에 나선 것이다. 정운호 게이트를 계기로 변협 상임이사회는 5월23일 전관 수임제한해제 광고를 금지키로 했다.
전관을 영업수단으로 삼는 변호사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 되고 있다. 변호사법 제30조는 '연고(緣故) 관계 등의 선전금지'라는 표제로 현직 판검사 등 재판수사에 종사하는 공무원과의 연고 등 사적 관계를 드러내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선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개업광고 등은 은근히 법원·검찰 경력을 나열해 '연고'관계를 선전하고 있다. 특히 브로커들은 물론이고 일부 변호사들도 노골적으로 담당 판검사와의 사적·공적 연고를 과장하기 마련이다.
◇전관내세운 영업행위 금지해야
송기호 변호사(수륜 법률사무소)는 이런 형태의 전관임을 내세우는 영업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 변호사는 변호사법 제30조를 강화해 법원·검찰 등 '기관' 경력을 내세우는 것 자체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업 광고 등을 통해 법원·검찰 출신임을 내세워 근무했던 법원·검찰 현직 판검사와 친분이 있을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도 금지해야 전관비리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개업광고가 변호사업계에서 이렇게 큰 의미를 갖게 된 것은 다른 업종과 달리 광고규정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허용된 광고 범위도 타 업종과 달리 굉장히 좁다.
변호사 광고 관련 규정은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방식이었다가 2007년에서야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로 변경됐을 만큼 보수적이었다. 인터넷과 신문, 잡지 등의 매체 광고가 허용되긴 했지만 보수적인 변호사 업계에선 여전히 전관 변호사 개업광고가 전통적인 광고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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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월19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44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에 일부 수료생들이 참석하지 않아 빈자리가 남겨져 있다.이날 수료한 사법연수원 44기 연수생들의 취업률은 43.3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4% 감소한 수치다. /사진=뉴스1 |
◇신참 변호사들 홍보수단 제한적…광고 완화 원하기도
그러다 보니 한해 2000명 가량 쏟아지는 신참 변호사들은 홍보수단에 목말라 있다. 더 이상 신사협정은 무의미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시장에 새로 진입한 변호사들은 더 다양한 광고를 하길 원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시장이 과열되면 광고비 지출도 높아지는 만큼 기득권을 가진 기성 변호사들은 현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신참 변호사들은 광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바뀌길 원한다.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 추가로 완화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로스쿨에서 변호사 광고를 포함한 법조윤리 수업을 맡고 있는 박찬운 교수(변호사·한양대 로스쿨)는 "변호사 광고는 많이 완화돼 있고 현재 가능한 방법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며 "인터넷 광고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세밀한 영역에서는 광고규제를 완화시킬 부분이 있겠지만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가 완화에는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지금도 변호사들이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는지에 대해선 접근이 어렵진 않다"며 "일반 상업광고와 달리 변호사 광고는 '과장'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보부족한 법률 소비자와 변호사 접촉면 늘릴 방안 찾아야
그럼에도 법률 소비자들은 여전히 신뢰할 변호사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인식이 크다. 블로그에는 변호사들의 글이 넘쳐나지만 검증되지 않은 방문 유도글이 대부분이다. 일부 변호사들이 운영하는 사이트는 변호사가 아닌 대행사 직원이나 사무장들이 작성해 잘못된 법률정보를 담고 있기도 하다.
변협이나 지방변호사회의 변호사 정보 공개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변협 등이 공개하는 변호사 정보는 '가짜 변호사'를 골라내는 데 쓰이는 수준의 정도밖에 없다. 특히 자신의 사건에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를 법에 문외한인 일반 의뢰인이 알아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럼 틈새를 비집고 활동하는 게 법조브로커들이다. 브로커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지도 변호사에 대한 정보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법률 소비자와 변호사의 접촉면을 늘리는 방향으로 변호사광고와 중개제도가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변호사 무한 경쟁의 현실을 인정해 광고규제 완화 등을 통한 공정 경쟁 기반을 마련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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