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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소송대리인을 맡고 있는 변호사가 폭스바겐 소송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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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의 한 현대자동차 대리점에 싼타페DM 차량이 전시되어 있다./사진=뉴스1 |
현대차 싼타페 허위연비 논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건 그리고 최근 폭스바겐 자동차 조작논란은 집단 소송으로 이어진 대표적 이슈다.
변호사업계도 관심을 갖는 대형 사건들이었지만 결국 소송은 한 두곳의 대형 로펌이나 법률사무소가 전담했다.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터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유는 광고규제와도 연관있다. 다른 변호사들이 더 전문성이 있거나 자신있어도 현재 변호사 광고규정으로는 그런 사안에서 불특정 다수인 피해자들을 향해 '내가 관련 전문가고 집단 소송을 해보겠다'는 식의 광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집단 소송 피해자와 전문 변호사간 접점 찾기도 어려워
현재 집단 소송이 이뤄지는 과정은 인터넷 까페가 개설되면 피해자들의 대표가 정해지고 그 대표가 변호사를 섭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관심있는 변호사가 관련 까페를 만들어 피해자들의 유입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집단 소송 이슈가 터져도 관심있고 전문적 지식이나 경험을 갖춘 변호사는 맡고 싶어도 맡기 힘든 게 현실이다. 연비 소송에 자신이 있던 이공계 출신 A변호사는 싼타페 소송 당시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고 소송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의뢰인을 만날 수 없었다. 해당 싼타페 모델을 소유한 피해자들을 모아야 하는데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싼타페 소유자들도 A변호사의 존재조차 알 수 없었다.
따라서 집단 소송은 현재 전형적인 '부익부 빈익빈' 소송이 됐다. 운좋게 선례를 남겨 언론에 노출된 대형 로펌이나 변호사가 이후 유사 사건을 계속 맡는 식이다. 신규 변호사들 중 IT나 자동차, 금융 등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변호사가 있더라 해도 이런 소송에 끼어 들 방법조차 없다.
◇"광고라도 해야겠는데 비싼 키워드 광고외엔 블로그밖에 없어"
변호사 2만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변호사단체 조사에 따르면 개업 변호사 1인당 한달에 수임건수는 2건 미만으로 사무실 유지조차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신규 변호사들 일수록 광고라도 해서 영업에 나서겠다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변호사들의 광고형태는 현재 매우 원시적인 단계다. 클릭 한번에 10만원 넘게 드는 대형 포털 키워드 광고가 최고라고 믿는 수준이다. 오프라인 광고가 대부분 규제돼 있고 신문·잡지 등에 광고가 허용돼 있지만 광고를 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변호사들은 검색광고에 매달려 있다. 이 조차도 자본력이 없는 초보 변호사들에게는 먼나라 얘기다.
최영미 변호사(법무법인 태승)는 "변호사가 소수였던 과거에 과잉경쟁 방지 및 품위유지를 목적으로 도입된 광고규제가 포화상태인 현재엔 변호사간 서비스 및 가격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특히 변호사가 신규진입과 동시에 광고를 할 경우 현재 허용되는 한정된 광고수단의 경우 지나치게 높은 광고비로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높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없는 광고수단을 구상한다 할지라도 광고규제대상에 해당돼 시도조차 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그는 "광고규제완화가 과잉경쟁을 불러오리라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으나, 브로커근절 및 법률서비스 개선 등의 발전적 성장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하희봉 변호사(은율종합법률사무소)는 "자동차 등 운송수단 내외부 광고를 규제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며 "회생·파산 광고가 지하철에 많은데 변호사들만 객차내 광고가 불가능하게 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미국 고속도로변에는 변호사들의 대형 옥외광고물이 있다"며 "품위를 손상시키지 않는 방법의 옥외광고도 분명 있을텐데 무조건 규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변호사도 결국 자영업인데 규제가 너무 엄격하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형편이다. 이와는 반대로 여전히 규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자본 능력이 있는 변호사들만 규제 완화 수혜를 받을 수 있고 변호사 쇼핑을 가속화해 소송의 상업화가 심화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변호사 광고규정·중개제도…소비자 우선해야
지난해 초 변협이 한 벤처기업을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로스쿨 출신들이 주축이 된 이 회사는 서울시나 대기업 등으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아 투자금도 지원받았다. 법률 상담을 통한 변호사 중개사이트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그런데 위법성 문제가 제기됐다. 법률 상담을 변호사들에게 연결해주면서 수수료를 받는 형태의 영업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대표가 변호사가 아닌 점이 문제됐다. 현재 변호사법과 관련 규정은 변호사가 아닌자가 일체의 변호사 중개행위를 통해 금전을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법조브로커를 막겠다는 의도다.
결국 이런 새로운 형태의 변호사 중개 회사가 나와도 현행법상 변호사들이 주체적으로 해야만 적법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문제가 된 회사 외에도 변호사 소개와 사건중개를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앱이 등장하고 있다. 초기 단계지만 신규 변호사들이 소비자와의 접촉면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법무부도 지난해부터 '법조 브로커 근절 방안 태스크포스(TF)'에서 새로운 변호사 중개 제도 도입을 논의중이다. 정부나 변협의 인가를 받은 비영리 기관을 통해 의뢰인과 변호사를 연결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변호사단체 분위기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민단체 등 외부 기관이 사건을 중개하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최근 법조비리 관련 토론회에서 지방변호사회 임원이 내비치기도 했다.
변호사단체 입장에서는 로스쿨이나 시민단체 등이 중개제도에서 역할을 하면 시장을 침해당하는 것으로 여길 수 있다. 이런 변호사단체의 시각은 소비자를 위한 게 아니다.
브로커가 법조시장에 관행처럼 유지돼 온 데에는 법조특유의 폐쇄성도 한 몫 했다. 변호사 정보를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만들어져야 브로커 관행과 법조비리도 사라진다. 변호사 광고규제의 목적이 '공익보호'라지만 오히려 변호사간 경쟁을 막는 것은 법률소비자 이익에 반하거나 공익을 해치고 있는 면이 없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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