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원들이 지난해 12월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최종 고시된 데 반발해 교과서 집필진과 학부모 등을 대리해 헌법소원과 함께 취소 소송을 제기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재판부에 신청했다.

민변은 2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김용철) 심리로 진행된 국정화 고시 취소 소송의 변론기일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법률인 초·중등교육법 제29조2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초·중등교육법 제29조2항은 교과용 도서의 범위·저작·검정·인정·발행·공급·선정 및 가격 사정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민변은 이 규정이 헌법에서 정한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법률이 위임하는 사항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지 않고 특정 행정기관에 입법권을 포괄적으로 위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변은 이어 "이 문제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이뤄져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소원과 함께 1차적 판단이 먼저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재판부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채택해 준다면 이 부분과 관련된 헌재 판단에 기초해 소송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 당사자는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이 위헌인지 여부를 헌재에서 가려달라는 신청을 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할 수 있다. 재판부는 주장이 타당한지 여부를 가려 당사자의 제청을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라고 부른다.

만약 이 제청이 받아들여져 해당 법률의 위헌 여부 논의가 헌재에 넘어가면 소송은 중단된다. 만약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사자는 개별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등을 문제 삼아 헌법소원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

민변은 이날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과 이해관계인들에게 폭넓고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하지 않고 졸속으로 결정을 했다"며 "역사교육을 시키는 데 있어서 획일화된 교과서로 교육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피고인 교육부 측은 "국민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며 "앞서 오랜 기간 역사 교과서가 국정으로 유지돼 오다가 검·인정으로 바뀌었는데 결과적으로 둘 중 어떤 게 우위에 있는지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국가가 처한 현실 등을 고려해 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남북한이 분단돼 있고 남남 갈등 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추진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민변은 지난해 12월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와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당시 이들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헌법상 보장된 '자신의 교육에 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이어 지난 1월에는 "역사 교과서 주장으로 집필진이 저작 권리를, 교사와 학부모가 교과서를 선택할 권리를 잃었다"며 취소 소송을 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 취소를 둘러싼 다음 재판은 다음달 22일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