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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례를 잘못 파악한 듯 하다. 최근 연금개혁 등으로 외국 판사들의 변호사 개업이 늘고 있다. 개업막으면 부유한 판사만 계속 남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법원행정처 판사)
전관비리를 막기 위해 판·검사들의 개업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주장과 실현가능성·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주광덕·김정재 새누리당 의원과 대한변호사협회 공동주최 '전관비리 근절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최근 열렸던 수차례의 법조비리 관련 토론회에서 보기 힘들었던 '논쟁'이 벌어졌다. 그간 정운호 게이트 이후 법조비리 토론회 '불참'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했던 것으로 알려진 법원과 법무부가 이례적으로 참석하면서 보기 드물게 관련 기관 의견이 변호사업계 요구와 맞붙어 '토론'이 이뤄졌던 자리였다.
◇변협 "판검사 개업금지해야"-법원·법무부 "개업금지 부작용 우려…변협 징계 제대로 했나"
이날 이종기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판사)와 김기훈 법무부 법무과 검사가 토론자로 참석해 적극적으로 법원·법무부 입장을 대변했다.
발제자였던 이승태 변협 윤리이사는 변협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대책과 그간 입장을 되풀이했다. 장기대책으로 △판·검사와 변호사 자격 이원화 △고위 판검사 개업 금지 △몰래변론 형사처벌 강화와 변호사보수 신고제도, 단기대책으로 △경력법관 임용시 개업 포기 서약자 임용 △재판장 연고관계 고지 △비리변호사 판결 확정전 징계 등을 제시했다.
이승태 이사는 특히 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의 사례를 들어 "외국 판사들은 종신직이거나 정년까지 판사직을 수행해 우리나라와 같이 전관예우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대법관 출신조차 대형 로펌에 취업해 대법원 사건을 수임해 '전관예우'를 빌미로 한 사건수임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 이종기 판사는 외국 사례를 구체적으로 하나씩 반박했다. 최근 뉴욕주 대법원장 등 미국 주법원과 연방법원 판사들이 줄줄이 변호사로 개업한 사례와 영국과 일본·독일에서 퇴직 후 개업에 나서고 있거나 개업을 고려하는 경향을 소개했다. 특히 영국에서 연금개혁 후 퇴직 판사 연금이 축소돼 변호사 개업을 고려하고 있고 일본도 연금이 3분의 1수준으로 줄면서 대법관을 퇴직한 16명의 변호사 자격증 소유자 중 12명이 개업을 하는 등 해외 판사들의 개업 증가세를 설명했다.
이 판사는 "영국에서도 법관개업을 막으면 개업 필요성이 없는 부유한 사람만 법관에 남게 되는 부작용도 지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생법관제가 근본적 방안이 되려면 법원장 순환보직제 등 법관이 개업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에서 나온 김기훈 검사도 판·검사 개업금지에 대해선 이 판사와 견해를 같이 했다. 오히려 법조비리에 관여된 변호사에 대한 징계에 대해선 그간의 변협 징계가 약했다며 변협의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현재 변호사 징계권은 법무부가 아니라 변협에 있는데 그간 전관비리 등 법조비리 사건에 연루된 변호사들이 경징계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 제도하에서도 제명이나 정직 등 강한 징계가 가능하지만 변협에서 그렇게 해 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조일원화 역행하는 투트랙 법조인 양성안"
변협이 장기대책으로 내놓은 '투트랙', 즉 판·검사와 변호사 자격을 이원화하는 안에 대해서도 찬반이 갈렸다. 이종기 판사는 판·검사와 변호사 자격이 이원화된 해외 사례로 변협이 법무부 용역보고서인 '각국의 변호사자격 취득절차에 관한 연구'를 근거로 소개한 프랑스의 경우도 우리 나라와 전혀 다른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부적절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프랑스가 사법관(판사)과 변호사 양성을 다르게 하는 것은 맞지만 법대교수나 전임강사, 의원보좌관 등은 학위만 취득하면 변호사가 되는 등 자격시험이라는 단일 통로로 변호사를 뽑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제도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법학석사학위자나 법률관련 종사자 등 변호사가 되는 길이 넓게 열려 있어 판사 양성과 저절로 구분될 뿐이라는 것이다.
변협 인권이사를 지냈던 민경한 변호사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며 "전관 숫자는 줄겠지만 재임용·적격심사에서 탈락하거나 개인사정으로 퇴직한 전관들이 소수가 돼 오히려 더 특혜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시행중인 법조일원화로 원칙적으로 평생법관제 구조로 가면 전관이 차츰 줄어들 것"이라며 "투트랙은 기존 개혁방향을 되돌리는 것으로 사회와 동떨어진 법원 폐쇄성을 심화시킬것"이라 우려했다.
이어 박 사무처장은 발제자인 이승태 변협 윤리이사가 인용한 프랑스 관련 용역보고서에도 "법관의 관료화문제로 사회경험이 부족한 나이 어린 법관들에게 너무 막중한 임무가 부여돼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정년보장만으로는 판·검사의 중도 퇴직을 줄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변협의 투트랙에 찬성했다. 이 교수는 "로스쿨로 일원화되면 학부와 로스쿨 학연에 의한 유착 가능성이 현재 사시와 로스쿨 병존의 경우보다 훨씬 클 것"이라 주장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황도수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건국대 로스쿨 교수·변호사)은 "전관비리도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이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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