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광욱 변호사, 양호승 대표변호사(부패방지TF팀장), 김철호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화우

"외국계 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영란법으로 국내에서 받은 처벌이 해외부패방지법(FCPA) 조사로 이어져 극단적인 경우 미국 상장 폐지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양호승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지난달 28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따라 김영란법은 오는 9월28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법 시행까지 두 달. 기업들은 내부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고, 이들의 법률 자문을 맡을 로펌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는 양호승 대표변호사를 팀장으로 헬스케어, 건설, 금융, 방위산업 등 전문분야별로 15명의 변호사들이 참여한 '부패방지 태스크포스(TF)팀'를 공식 출범했다. 화우의 부패방지TF팀 변호사들을 만나 기업들의 김영란법 대처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임직원 종합 관리 시스템 필요"

팀장을 맡은 양 대표변호사는 기업이 모든 임직원의 활동을 관리할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도입 또는 강화할 것을 조언했다. 실제 기업들의 문의가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양 변호사는 기업들이 △법 준수를 위한 행동강령, 업무매뉴얼 등 내부 가이드라인 제정 △비용집행 승인 과정에서 법 저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개별금품제공에 대한 사전적, 사후적 통제 강화 △연간 단위로 개개 공직자 등에 대한 금품제공 현황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지속적인 교육 실시 등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김철호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기업들의 문의를 들어보면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 않다"며 "개별 임직원의 활동이 법인의 법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개별 임직원을 상대로 한 교육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개인의 행동은 위법이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행동과 결합해 위법이 될 수 있다"며 "개인의 임직원은 다른 직원들의 행동을, 법인은 개별 임직원의 행동을 모두 파악해야 하는 것으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 대상자가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 등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법인 단위로 합산해서 계산된다. 예를들어 A회사의 직원 세 명이 한 명의 공무원에게 직무관련성 없이 50만원의 금품을 같은 날 제공했다면, 이를 받은 공무원은 같은 날 같은 회사에서 150만원의 금품을 받은 셈으로 1회에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계산돼 처벌 대상이 된다. 임직원 개개인이 누구에게 얼마의 식사 또는 금품 등을 제공했지 현황을 회사가 종합해서 파악하지 않으면 모르는 사이에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모호한 기준 보완해야…FCPA 조사 단초 될 수 있어"

변호사들은 업종별로 대관 업무가 많은 제약, 금융, 방위산업 관련 기업들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미 공정거래를 위한 규제가 있는 경우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봤다. 김영란법과 기존 규정 사이에 모호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김철호 변호사는 "다른 규제 시스템이 있는 경우 김영란법과의 관계가 복잡해졌다"며 "둘을 다 지켜야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들어 제약 분야의 경우 약사법과 공정경쟁규약 등에서 의료 전문가에게 제공할 수 있는 후원금이나 식사금액 등이 정해져있다. 그런데 의료전문가 중에서 국공립 대학병원 의사나 직원 등은 김영란법에 해당되지만, 이외 병원의 의사나 직원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같은 세미나에 참석한 의사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식사 금액이 달라지는 셈이다. 김 변호사는 "이같은 세세한 부분들에서 회사 내 가이드라인이 분명해야 한다"며 "개별 사업별로 가장 강한 규제를 중심으로 정비해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의 경우 김영란법 위반 사항이 해외 영업활동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광욱 변호사는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의 적용을 받는 경우 김영란법 위반이 FCPA 조사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해외에서 거액의 징벌금을 부과받는 등 경영상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부패방지법은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공여행위를 처벌하는 법률로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돼있거나 공시하도록 돼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극단적으로 한국에서의 비싼 한끼 식사가 미국에서 상장 취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양 변호사는 "법 시행 후 일시적인 혼란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사회적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과도한 규제는 공직 사회와 일반 사회 간 소통이 위축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ho is]
법무법인 화우는 200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법률위험관리체계(CRM, Compliance Risk Management) 수립에 관한 법률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부패방지TF는 기존의 CRM팀의 업무를 확장해 헬스케어, 건설, 자본시장, 공정거래, 기업법 등 산업별, 분야별 전문가 변호사 15명으로 구성됐다. 양 대표변호사는 "김영란법은 특정 영역이 아니라 포괄적인 법 규범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들의 협업이 필요하다"며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 분야별 전문화된 팀이 구성돼있다는 것이 화우만의 장점"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