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섭 변호사

"모호하고 포괄적인 기준들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다른 결정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매년 바뀔 수 있기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장영섭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지난달 28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따라 김영란법은 오는 9월28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법 시행까지 두 달. 기업들은 내부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고, 이들의 법률 자문을 맡을 로펌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15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기업형사 컴플라이언스팀'을 만들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을 지낸 장영섭 변호사를 만나 김영란법에 대해 들어봤다.

"직무관련성에 따라 3만원 이하 식사도 '뇌물'될 수 있어…명확한 기준 필요"

장 변호사는 헌재의 합헌 결정에도 여전히 모호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법 시행 전에 시행령 등을 통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한다는 지적이다.

"예를들어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등은 10만원이라는 기준이 있어요. 지금 알려진 것으로는 이 범위만 넘지 않으면 되는 것 같지만 '원활한 직무수행' 등의 목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요건이 있죠. 이 범위를 넘지 않더라도 직무와 관련이 됐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어요. '원활한 직무수행'이라는 조건은 너무 포괄적일 수 있고요. 해석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등이 추후 판례 등을 통해 정착이 돼야 할 것으로 보여요."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1항(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매년 300만원)에서 정한 금액 이하의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된다'(제8조2항). 직무와 관련이 있다면 실제 뭔가를 해주지 않더라도 금품 등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법은 8가지 예외 사유를 두고 있는데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부조 목적 등으로 제공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안의 금품 등'이 그 중 하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같은 기준을 지킨다 하더라도 '직무관련자로부터 수수하는 경우 제한받을 수 있다'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는 경우 기준 이하라도 형사처벌 대상이며 과태로 부과 대상이다' '목적을 벗어나는 경우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직무 관련자라면 기준 이하의 금품을 받았더라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기준은 직무 관련성 여부가 전제가 되는 것이고 목적 범위를 벗어나면 안돼죠. 기준 이하의 금품이라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어요. 3만원짜리 밥이라도 뇌물이 될 수 있는거죠. 과태료라는 행정 처벌을 부과하는 것이기때문에 명확해야 하는데, 결국 해석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가 논란이 될 수 있어요."

김영란법 나와는 상관없다? "전국민에게 해당하는 법"

광범위한 적용 대상도 어려운 점 중 하나다. 장 변호사는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지, 언론인에 해당하는지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쉽기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당초 '적용대상자는 400만명'이라고 추산했다. 공무원이나 교원, 기자 등 직접 적용 대상자가 아닌 이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에게 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법 적용 대상자는 '전국민'이다. 문제는 단순히 '공무원, 교원, 기자'로 단순하게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법은 공직자, 언론인 등의 범위에 각종 공직유관단체와 위원회, 공적업무종사자, 정기간행물사업자 등을 포함하고 있다.

"공공기관 또는 공직유관단체만해도 6개월에서 1년에 한번씩 지정, 변경 돼요. 매년 새로 지정되고 바뀌는 단체들이 있죠. 언론의 경우 정기간행물 발행자면 언론인에 속하는데, 일반인들이 이를 세세히 챙기기는 어렵죠. 일반 국민들도 내가 만나는 사람이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사람은 아닌지 알아야 한다는 얘기에요.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별 생각없이 밥을 먹거나 선물을 줬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법 위반자가 될 수 있어요."

무엇보다 홍보 대과업무를 담당하는 기업들의 대응 방안에 대한 고민이 깊다. 장 변호사는 "내부적인 가이드라인과 시스템 마련에 대한 문의가 많다"면서 "회피가 아닌 대응 방안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아직 해석상의 논란이 있다는 점에서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로 해서 적극적으로 법에 따라 접대 문화 등을 최대한 변화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봐요. 법이 시행되면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음성적으로 회피할 방법,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사회의 부패나 투명하지 않았던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이 더 유용하리라 봅니다."

[Who is]
법무법인 광장은 올해 초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출신 장영섭 변호사를 비롯해 금융정보분석원 출신 정유철 변호사 등 15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기업형사 컴플라이언스팀'을 조직해 기업 법률 자문에 대응하고 있다. 오는 8월에는 김영란법 대응 관련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장 변호사는 "다양한 쟁점들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 단순히 이렇게 하면 문제가 안된다는 식이 아닌 적극적인 시스템 마련, 그동안 관행처럼 해온 대관 업무의 새로운 방법을 만들기 위한 기준 제시 등에 주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