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허 사장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사기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게된다.사진=뉴스1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 등 그룹 계열사 10여 곳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한 5월15일 새벽 서울 서초구 잠원동 롯데건설 본사에서 압수품을 담은 상자를 옮기고 있다./사진=뉴스1

검찰이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탈세 혐의와 관련해 법률 조언을 해준 한 대형 로펌을 압수수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변호사업계는 검찰이 수사목적으로 영장까지 발부받아 로펌에 의뢰인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란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일이 예외적으로 해당 로펌이 의뢰인의 불법행위에 관련된 혐의가 있어서라고는 하지만 로펌이나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일상화된다면 변호사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 "해당 로펌에 롯데 탈세자료 있어 불가피"

검찰은 지난 1일 한 대형 로펌을 압수수색해 신 총괄회장이 서미경 씨 등에게 재산을 넘기는 과정에서 법률 조언을 한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세포탈 관련 자료가 해당 로펌에만 있어 불가피했다"며 "변호사의 비밀보호의무보다 법원의 영장이 그에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업무상 위탁을 받아 보관하는 물건은 수사기관의 압수를 일부 거부할 수는 있지만 이번 케이스는  다르다"며 "롯데의 탈세 혐의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이 이미 발부됐고 이 경우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때로 보아 압수수색이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또 이 변호사는 "해당 로펌 자체의 불법이 문제라면 역시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없다"며 "해당 로펌이 롯데 그룹이 조세 관련 법을 위반하는데 도왔다면 같은 혐의로 처벌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로펌 입장에서는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을 받는 것보다 임의제출에 협조하는 게 낫다고 봤을 거란 해석이다.

검찰은 이번 사례는 예외적인 것으로 향후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대로 믿기는 힘든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다른 대기업 관련 사건에서 수사에 필요한 자료가 로펌에만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검찰로서는 같은 방법으로 압수수색을 해야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자신의 범죄혐의로 사무실을 압수수색당한 경우는 몇 차례 있었지만, 변호사 업무 과정에서 의뢰인에게 한 자문 등을 이유로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변호사업계는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업무상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의뢰인 관련 '비밀'에 대한 유지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현율)는 "자문행위가 불법행위의 영역에 있었는지 또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었는지 그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향후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활용해 자료제출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변호사와 의뢰인의 신뢰관계라는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경계했다.

강정규 변호사는 "이미 2002년 이재명 성남시장이 변호사시절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사례도 있었고 검찰의 압수 수색을 변호사가 거부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의뢰인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변호사 사무실이나 로펌의 압수수색은 자제돼야 하는 게 타당하고 입법이나 대법원 규칙 제정 등을 통해 제도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봤다.

대한변호사협회 이효은 대변인은 "형사 소송에서 변호사와 검사가 대립하는 구조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수사 방식이든 로펌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롯데 수사에 집중을 하겠다는 검찰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이번 일은 변호사 업무에 제약이 될 수 있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