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대심판정/사진제공=뉴스1

재벌총수와 정치인에 대한 특별사면이 단행될 때마다 '특권층만이 누리는 특혜'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포함된 올해 광복절 특사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특별사면권, 법적 문제는 없을까.

12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사면과 관련된 헌법소원이 제기될 때마다 헌재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해왔다. 지난해 광복절을 맞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면되자 정모씨 등 3명은 "대통령의 특별사면 조치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냈다. 이들은 "경제력과 사회적 신분에 따른 평등권 침해"라는 주장을 폈다. 또 "서민과 중산층인 대다수 국민들의 인생관에 타격을 주는 등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해 11월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청구해야 한다. 헌재는 "단순히 간접적 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뿐인 제3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정씨 등의 경우 일반국민의 지위에서 사실상 또는 간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지만 사면조치 등으로 인해 청구인들 자신의 법적이익 또는 권리를 직접적으로 침해당한 피해자라고는 볼 수 없다"고 봤다. 1997년 12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면된 것과 관련해 제기된 헌법소원도 같은 이유로 각하됐다. 

사면 조치되면 함께 부과된 벌금도 사라지는 것일까. 헌재는 '벌금은 제외한다'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A씨는 1994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10억원이 확정됐다. 그로부터 2년 후 집행유예된 징역형에 대해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과 복권을 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 인천지검으로부터 "미납된 벌금 2억5500만원을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당황한 A씨는 "유죄가 선고된 범죄행위를 사면 받았으니 벌금형도 사면됐다"고 주장하면서 맞섰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대법원마저 재항고를 기각하자 A씨는 1997년 10월 헌법소원 심판을 냈다.

이와 관련해 2000년 6월 헌재는 사면권자가 벌금을 사면에서 제외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봤다. 헌재는 "선고된 형 전부를 사면할 것인지 또는 일부만을 사면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면권자의 전권사항"이라며 "집행유예에 대한 사면이 벌금형에도 미치는 지 여부는 사면의 내용에 대한 해석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A씨에 대한 사면장에는 대상자의 본적, 성명 및 연령, 죄명, 형명·형기가 기재돼 있고, 형명·형기란에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으로 기재돼 있을 뿐"이라며 사면권자가 벌금형을 사면에서 제외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또 헌재는 "특별사면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조치"라며 "형의 전부 또는 일부, 중한 형 또는 가벼운 형만 할 수도 있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