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1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사진=홍봉진 기자

롯데가(家)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62)이 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고 있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총수일가 구성원이 조사를 받는 건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1·구속기소)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수사 정점으로 지목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롯데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이름만 올리고 급여 명목의 돈 400억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지난해 '형제의 난' 당시 주장한 동생 신 회장의 경영비리 내용 등을 확인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자신이 급여를 과다하게 챙겼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지만 고의성을 다투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조사에서 "급여가 지급된 사실을 늦게 알았고 이 돈을 개인적으로 쓴 것은 맞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경영비리와 관련해 신 전 부회장은 참고인 신분이다. 이번 롯데 수사는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분쟁에서 촉발된 면도 있는데 검찰은 분쟁의 한 당사자인 신 전 부회장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볼 계획이다.

일본어를 모국어처럼 쓰는 신 전 부회장에 대한 조사는 동시통역이 필요해 당초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상황에 따라 재소환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47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신 전 부회장은 혐의 인정 등을 묻는 취재진의 말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외신 기자들도 몰려들어 일본어 질문을 건네기도 했지만 신 전 부회장은 입을 꾹 닫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현재 롯데그룹 총수일가는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등 전반적 경영비리 의혹에 휩싸여 있다. 검찰은 핵심 수사 대상인 비자금 조성 의혹 등과 관련해서는 정책본부 소속 황각규(62)·소진세(66) 사장을 조만간 다시 불러 조사한 뒤 신 회장을 본격 소환할 계획이다.

신격호 총괄회장(94)은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맏딸인 신 이사장,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씨(57), 서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33)에게 넘겨주는 과정에서 세금 6000억원을 탈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법원에서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받은 신 총괄회장에 대한 적절한 조사 방법을 고민 중이다. 방문조사나 서면조사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탈세 혐의 관련해서는 전날 신 이사장이 처음 조사를 받았다. 일본에 머물고 있는 서씨는 검찰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