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롯데그룹 수사과정에서 한 대형로펌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과 관련해 변호사의 의뢰인 사이의 신뢰관계 근간인 변호사 제도상의 권리 보장이 더욱 강조돼야한다는 주장이 재차 강조됐다.

27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선 판사와 변호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모여 변호사의 변론권과 의뢰인 비밀유지권 보장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최승재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는 '변호사-의뢰인 특권(ACP)'에 관한 해외 입법례를 소개하며 "우리나라 현행법상 ACP는 인정되지 않고, 대법원 역시 2012년 판결을 통해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면서 "입법적 해결을 도모해 국민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될 수 있도록 ACP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제 발표에 나선 김제완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검찰이 로펌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수 있게 한다면 결과적으로 의뢰인에게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크게 위축시키며, 변호사로서는 의뢰인을 적절히 변론할 권리를 제한받게 될 우려가 크다"며 "변호사-의뢰인간의 비닉특권은 우리나라에 제도적으로 분명히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석한 채명성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는 "이번 로펌 압수수색 사태를 계기로 의뢰인과 변호사간의 의사교환 내용과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해 작성한 자료 등도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의 대상이 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필요성이 절실하다"며 "이에 대해서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치형 판사(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는 "ACP가 헌법에 부합하는 제도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위 특권의 인정 여부나 그 범위는 종국적으로 입법적 해결이 필요한 문제"라고 봤다. 한 판사는 "변호사법의 개정도 중요하지만 압수수색과 관련된 형사소송법 개정 역시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지막 토론자 김희제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판례와 현행법 해석상 변호사의 증언거부권을 제외하고는 의뢰인의 비밀보호를 위한 제반 규정은 매우 미약하거나 불명확한 상황"이라며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지만, 개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개정 전이라도 압수수색절차나 증언절차 등 변호사의 의뢰인 보호가 문제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변협 차원의 매뉴얼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