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보현 군검사(육군 소령)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수사한 염보현 군검사(육군 소령)에 대한 세 번째 피의자 조사에 나섰다.

염 소령은 20일 오전 9시37분쯤 서울 서초구 채 해병 특검팀 사무실 건물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도착했다. 염 소령은 지난 13일, 16일 두 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은 뒤 이날 세 번째 조사를 받는다.

염 소령은 '영장 청구서에 '대통령 격노는 망상'이란 문구 직접 작성했는지' '김동혁 검찰단장 지시로 망상 문구를 작성했는지' '누구의 지시로 여러 사람과 영장 청구서를 작성했는지'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염 소령은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등 혐의를 받는다. 염 소령은 2023년 8월2일 박 대령을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바꾼 뒤 박 대령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인물이다. 염 소령은 당시 구속영장 청구서에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를 언급했단 박 대령의 주장은 망상에 불과하다'고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염 소령을 상대로 박 대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경위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날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과 조태용 전 국정원장(전 국가안보실장)을 다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임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9시36분쯤 특검 사무실 건물에 도착했다. 이번에 세 번째 소환 조사다. '윤 전 대통령이 기록 회수를 지시했는지' '윤 전 대통령이 박정훈 대령 항명혐의 수사하라고 지시했는지' '윤 전 대통령이 혐의자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빼라고 말했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조 전 원장은 이날 오전 9시40분쯤 특검 사무실 건물에 도착했다. 이번이 네 번째 소환 조사다. 조 전 원장은 '조사에서 어떤 점 소명할 건지' 질문에 "성실하게 잘 (조사)받겠다"고 답했다.

임 전 비서관과 조 전 원장은 모두 'VIP(윤 전 대통령) 격노설'의 배경이 된 2023년 7월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했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채 해병 순직 사건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했단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후 조 전 원장과 임 전 비서관 둘을 남긴 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해 '이렇게 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나. 그동안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왜 업무를 이렇게 처리했냐'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해당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전 경호처장)과 윤 전 대통령을 제외한 5명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기록이 경찰에 이첩된 이후 다시 회수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에서 조 전 원장과 임 전 비서관을 상대로 윤 전 대통령이 기록 회수를 지시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특검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최진규 전 해병대 포11대대장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최 전 대대장은 채 해병 순직 사건 당시 현장 지휘관 중 한 명이었다. 특검은 최 전 대대장을 상대로 채 해병이 순직한 2023년7월19일 당시 해병대원들의 수중수색 경위 등에 관해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