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탈북주민으로 구성된 자유통일탈북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들의 인신보호 구제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탈북자들이 북한 수용소에 수용된 가족에 대해 법원에 인신보호구제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북한 수용소의 피수용자들에 대한 인신보호 소송에서 법원이 내린 첫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정재우 판사는 안모씨(47) 등이 "북한의 위법한 수용을 즉시 해제할 것을 명해 달라"며 낸 인신보호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의 관할권이 없는 곳에 구제를 청구해 그 자체로 부적법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판사는 "인신보호법에 따른 구제청구 심리는 피수용자나 수용시설의 주소, 현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이 담당한다"며 "이 사건의 관할은 서울중앙지법이 아닌데다 사건을 이송할 다른 법원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북한 또는 북한 지역의 공법인, 개인, 민간단체 등에 의해 수용된 피수용자의 경우 인신보호법이 규정한 심리 절차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소송당사자들의 공평·편의·예측가능성 및 적정한 재판 결과를 담보하기에도 부족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을 통해 피수용자들의 석방을 결정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재판의 실효적 집행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판사는 1959년~1984년 사이 강제 북송된 재일동포와 일본인들에 대한 구제청구 역시 각하했다.

이 사건은 당시 북송된 재일동포와 일본인 9만3340명 중 생존자 및 그의 직계가족·친인척 등 북한과 조총련에 의해 북송된 관련자 전원을 피수용자로 한 청구다.

이에 대해 정 판사는 "피수용자의 성명 및 수용 장소가 특정되지 않았고, 구제 청구자가 인신보호법에서 규정한 △피수용자나 그 법정대리인 △후견인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동거인 △고용주 △수용시설 종사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