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장)가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탄핵심판 첫 정식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공동취재) 2025.5.13/사진=뉴스1

헌법재판소가 '고발사주' 의혹으로 논란이 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손 검사장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헌재는 17일 오후 2시쯤 손 검사장에 대해 재판관 7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헌재는 손 검사장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포함된 고발장 사진 등을 메시지로 주고받아 검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공무원의 공익 실현 의무를 규정한 헌법 및 법률을 위반했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이 같은 행위가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손 검사장은 2023년 12월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서 탄핵심판에 넘겨졌다. 탄핵 사유는 손 검사장이 2020년 4월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하며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시민 작가 등 당시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김웅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신저로 전달해 야당 측에 고발을 사주했단 의혹이었다.

헌재는 대부분의 탄핵소추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지위에서 위법하게 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유에 대해 헌재는 "손 검사장이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에서 파일을 공유했단 사실은 인정되나 대부분 일반에 공개된 정보"라고 판단했다.

당시 여권 인사에 대한 판결문 검색 등을 지시했다는 사유에 대해서는 "수사정보담당관실 수사관 등이 판결을 검색하거나 조회한 사실이 인정되나 이를 손 검사장이 지시했음을 인정할 만한 구체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설령 손 검사장이 검색에 관여했다 하더라도 수사정보담당관실 공무원 등에 대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에게 판결문·고발장을 전달한 것에 대해서는 "판결문 및 1, 2차 고발장 담은 메시지를 텔레그램으로 전달한 사실과 전송자가 손 검사장임은 인정된다"면서도 "김 의원과 공모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전달했단 점은 증거가 부족해 공직선거법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헌재는 손 검사장이 검사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단 점은 인정했다. 헌재는 "손 검사장은 검사로서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준수할 헌법 책무가 있다"며 "그런데 1, 2차 고발장의 내용, 형식, 전달 시기를 고려하면 이는 단순한 수사 촉구나 문제 제기 차원을 넘어섰다"며 정치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손 검사장의 직무집행 행위가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이긴 하나 헌법 질서에 미치는 해악이 중대해 손 검사장의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 사건 심판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첫 준비 기일을 열며 사건 심리에 돌입했으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절차가 중지됐다. 손 검사장은 형사재판 1심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등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은 고발장 전달 등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손 검사장은 지난 4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무죄 확정 판결후 헌재는 탄핵심판을 재개했고 탄핵소추 1년7개월 만에 결론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