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청사.

법정에 직접 출석하기 어려운 증인에 대해 원격 영상을 통해 신문하는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오는 16일 이를 활용한 첫 재판이 열린다.

서울중앙지법은 "제주에 거주하는 증인이 서울 법원에 출석해야 하는 사건이어서 거리상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원격 영상신문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법정과 영상신문실을 정보통신망으로 연결해 재판부는 증인의 얼굴을, 증인은 재판부와 당사자들의 얼굴을 스크린 화면으로 보면서 절차를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원격 영상신문' 제도는 지난 9월30일 개정된 민사소송법과 함께 도입됐다. 2010년부터 법원이 추진해 온 전자소송 작업의 일환이다. 지리적 거리나 교통 사정 혹은 당사자와 직접 대면하기 어려운 사유가 있는 증인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도 자신의 거주지와 가까운 법원의 영상신문실에서 신문을 받을 수 있다.

법정에는 원·피고 측 대리인과 증인의 영상이 동시에 뜨는 스크린이 마련되며, 영상신문 담당자가 신문실에 출석한 증인의 신분을 확인한 뒤 원·피고 측과 재판부가 신문을 진행한다.

감정인의 경우 법원에 가지 않고도 자신의 사무실이나 주거지에서 인터넷 화상장치를 통해 진술하는 것이 허용된다.

그동안 증인의 건강·생계 등의 이유로 법정 소환 신문이 곤란한 경우 기일이 공전되는 사례가 많았다. 또 민사재판에서는 당사자와 증인을 격리해 신문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미비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이전에는 출석이 어려워 서면을 통해 감정절차 등을 진행할 경우 6개월에서 1년까지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며 "영상신문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원격지에 있는 증인·감정인의 법정 출석을 위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고, 시간이 없어 법정 출석 대신 서면 제출을 선호하던 이들의 구술 진술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영상신문 제도가 활성화되면 증인신문을 통한 증거조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실심을 충실히 진행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외국과의 원활한 사법공조가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외국에 거주하는 권위 있는 전문가의 의견을 재판에 반영할 수도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호주와는 사법공조 협정이 체결돼 있어 감정인에 대해서는 영상신문이 가능한 상태다. 법원은 가장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등 다른 국가들과도 이 같은 공조를 준비할 방침이다.

한편 법원은 오는 16일 이 제도를 활용한 첫 재판을 앞두고 9일 서울중앙지법 동관 456호법정에서 공개시연회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