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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
"어른들이 항상 말하자나요. 너희들이 정치적 책임이 있냐고.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이 나라의 주인을 농락하는 것을 학교에서, 그리고 집에서 주머니에 손꼽고 구경하는 것이 어른들의 정치적 책임이라면 저는 어른이 되는 걸 포기하겠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4차 범국민행동 '시민발언대'에 오른 한 고등학생의 발언이다. 의정부에서 올라왔다는 그는 "오늘은 알바비 7만원을 포기하고 왕복 버스비를 내고 이 곳에 왔다"고 했다. 아직 앳되고 다소 수줍은 목소리였지만 가슴 깊은 울분이 묻어났다. 발언이 끝나자 수많은 촛불들은 일제히 요동쳤고 곳곳에서 응원의 함성이 터졌다. "힘내라", "괜찮다", "고맙다", "미안하다"…그 중 "미안하다"가 가장 크게 울렸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은 규정당하는 존재다. 그리고 규정짓는 자는 어른이다. 어른들은 청소년에게 '학생', '공부', '성실', '예의' 등을 강요 한다. 규정에서 벗어난 청소년은 그것 만으로도 문제아라 비난받기 십상이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학교 밖 청소년)이 대표적이다. 청소년은 학생이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것 하나만으로 문제아, 심지어 예비범죄자로 취급받는다.
청소년에 대한 규정짓기는 그들에게 어떠한 모습이나 행동을 요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금지를 요구하기도 한다. '연애'나 '유흥'이 그렇다. 그리고 '정치'는 특히나 철저하게 청소년이 배제된 영역이다. 앞의 청소년은 광화문에 나오기 전 재학 중인 고등학교의 이사장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시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와 학생회에 의해 제지당해야 했고 몇몇 선생님들은 "우리학교 교복입고 뭐하는 짓이냐, 할 짓 안할 짓 구분해서 행동해라, 어른 흉내 낼 필요 없다"며 크게 나무랐다고 한다. 이는 청소년의 정치적 행위 또는 사회참여에 대한 어른들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치참여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대의민주제에서 가장 핵심적 방법은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19세 이하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투표권을 제한하고 있다.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선언한다. 여기서 '법률이 정하는 바'는 구체적 기준을 하위법률에 위임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 제15조는 만 19세 이상의 국민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결국 19세 미만 청소년들은 선거권을 가질 수 없다. 일반적으로 만 18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선거권이 없는 것이다. 대학에 진학한다면 대학교 1학년도 생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선거를 할 수 없다.
최근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도 문제지만 학생들의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감을 학생이 아닌 학부모들이 선출하고 있는 현 제도는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반대 측은 청소년들은 정치적 판단능력이나 책임능력이 떨어지고 교실이 정치운동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실이 정치운동의 장으로 변질된다는 비판은 설득력이 없다. 정치라는 것은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 참여는 일정 나이가 된다고 저절로 이끌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움과 경험이 쌓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참여 경험 역시 배움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정치참여 경험을 쌓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20~30대의 투표율이 가장 낮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청소년들의 정치참여 경험은 오히려 더욱 권장되어야 한다. 만약 공부해야 하는 교실에서 정치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는 반론을 편다면, 이는 앞서 지적하였듯 어른의 규정이고 정치에 대한 몰이해일 것이다.
10월 20일 학생의 날의 기원인 광주학생항일운동은 일제 강점기에 고등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일제에 항거한 3·1운동 이후 최대의 독립운동이었다. 4.19민주혁명은 대학생들의 소극적 저항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이 계기가 되었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도 수많은 고등학생들이 거리에서 독재정권에 대항하였다.
그리고 매주 광화문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촛불집회에도 수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더 이상 청소년들에게 정치에 참여할 능력과 책임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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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65680&cid=43667&categoryId=43667/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
소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대부분 국가의 선거연령은 18세다. 심지어 오스트리아나 브라질, 쿠바 등 국가의 선거연령은 16세다. 한국 보다 선거연령이 높은 나라는 카메룬, 대만, 가봉, 싱가포르와 같이 정치적 후진성이나 경직성이 강한 국가들이다. 국제사회와 비교해 보아도 한국의 선거연령은 지나치게 높다. 그나마 한국의 선거연령은 1948년 건국 당시 만 21세였고 1960년 20세로 낮춰진 다음 2005년 6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현재와 같이 19세로 하향조정 된 것이다.
그래도 청소년의 정치적 능력에 대해 의심이 든다면 앞에 소개한, 광화문에 모인 수많은 어른들의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터져나오게 했던 청소년의 마무리 발언을 들려주고 싶다.
"네 맞습니다. 저는 아직 어리구요, 19년 밖에 안 살았습니다. 저는 그래도 제 위치에서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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