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바에 의하면 새누리 위원들의 불참 사유는 사법시험 존치를 주내용으로 하는 법안 3건이 이날 41건의 안건 순위 중 후순위였기 때문이다. 법사위 여당 관계자는 "사시존치법안 순서를 20번이내로 해주길 요청했으나 합의가 안 돼 불참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야당 관계자의 설명은 다르다. "여당이 사시존치법안을 정말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지난 주 소위 안건에 상정해달라고 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5일 열린 법사위 법안1소위에서는 사시존치법안이 상정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선 여야 법사위 관계자들의 설명이 다르다. 여당 관계자는 "지난 주에는 양보했고 24일엔 사시법안을 꼭 올려 달라는 의원실이 있었기 때문에 앞 순위에 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한다. 반면 야당 관계자는 "지난 주까지만 해도 사시법안을 올려달라는 요청조차 여당서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시급한 법안인 것처럼 24일엔 앞순위 배치까지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사시존치법안 3건은 이날 41건 중 33번째부터 배치됐다. 순서상으론 후순위가 맞다. 여당은 안건 순위가 뒤에 있으면 제대로 논의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야당의 설명은 전혀 다르다.

야당 관계자에 따르면 20대 국회 법사위 소위에선 아직 법안이 많이 쌓여 있지 않기 때문에 일단 한번 상정된 경우에는 당일 논의가 되지 않으면 다음 소위에서 순번을 이어받고 있다. 다시 말해 이날 사시존치법안이 순서에 밀려 논의가 되지 않았다면 어차피 다음 소위예정일인 28일엔 자동순연돼 상정된다는 것이다.

19대 법사위에선 이렇지 않았다. 상정된 법안이 당일 논의가 안 되면 그대로 계류돼 심사기회를 잃어버렸고 다음 상정을 기약할 수 없었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사시존치, 상고법원 등 쟁점이 컸던 법안들이 통과를 바라는 기관·단체 압박으로 여러 번 소위에 상정만 되고 실제 논의 없이 넘어간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따라서 안건 순위가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 20대 법사위에선 여야 간사 합의로 심사 실효성을 높이고 단지 안건 순위때문에 소외되는 법안이 없도록 일단 상정되면 무조건 심사하는 순연방식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 이런 합의는 언제든 깨질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지켜져왔다는 게 법사위 관계자 설명이다.

그렇기에 24일 소위 파행은 더욱 명분이 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건순서가 19대에서처럼 법안의 사활이 걸린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은 사시존치법안이 24일 앞 순위가 아니면 심사가 안 되고 그대로 묻히는 것처럼 주장했지만, 실제론 24일 시간부족으로 논의가 안 되더라도 28일엔 자동으로 앞 순위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오히려 24일 심사속도에 따라 얼마든지 33번이었던 사시존치법안이 28일엔 아예 10번이내의 앞 순위가 될 수도 있었다. 실제 지난 15일 소위에서도 하루에 36건의 법안을 심사했다. 여당이 사시존치법안을 20번이내로 해달라고 한 것도 하루 심사건수가 20건 정도는 된다는 인식때문이다.

결국 안건순위를 명분으로 불참한 여당이 얻어낸 건 28일 사시존치법안 순위가 19번으로 된 것이다. 오히려 정상적으로 소위가 열려 24일 앞 순위 법안들부터 차례로 심의했다면 33번 사시존치법안은 28일엔 19번보다 앞선 순위에 상정될 수도 있었다. 

이렇게 따져보면 법사위 소위를 하루동안 파행시켜 버뀐건 사시존치법안이 33번에서 19번으로 14계단을 오른 것 밖에 없다. 이것 때문에 다른 법안들은 하나도 심사되지 않았다. 사시존치법안 심사를 원하는 쪽에서도 그렇게 큰 소득이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사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은 하루빨리 국회에서 심사하라고 법사위원실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매일 항의전화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날 여당의 1소위 보이콧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고시생들의 성화를 감안하면 실리적인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다. 24일 소위를 정상적으로 소화해 앞 순위 법안들을 처리했다면 사시존치법안 논의는 더 빨라졌을 것이다.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여당내 정치적 혼란이 사실상 소위 파행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현재 새누리당은 주류 친박과 비주류 비박간에 탄핵추진여부, 분당문제, 비상대책위원회 등으로 연일 격돌이 벌어지고 있다. 법사위 여당 주요 멤버들도 이 싸움의 중심에 있다. 법안심사 등 정상적인 국회 상임위 활동이 사실상 어려울 정도로 신경 쓸 여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법사위 야당 관계자는 여당에서 법안심사소위 횟수도 줄여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