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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이 '살인을 했다'고 자백을 했다면 유죄일까. 대법원은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자백이라면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동거녀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A씨에게 동거녀 이외에도 술에 취해 지나가던 행인을 시비 끝에 살해한 혐의도 적용했지만, 이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A씨가 수사를 받을 때는 범행을 자백했지만 재판을 받을 때는 범행을 부인했는데, 수사중 자백한 내용에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기징역과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을 명령하면서도, 행인 살해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자백은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했을 때 증거로 할 수 있는데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가 자백의 대가를 요구해 담당 경찰이 영치금 등을 넣어준 점, 담당 경찰이 A씨에게 살인 미제사건에 관한 자료를 제공한 점 등을 근거로 자백이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봤다.

이어 "피고인(A씨)이 법정에서 이를 부인하고 있고 증거능력이 있는 자백도 없다"며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이런 증거가 없다면 유죄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 역시 A씨가 진술을 부인한 점, 수사 중 자백한 내용에 신빙할 수 있는 상태가 증명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는 점, 정황증거만 있어서 범죄 증명이 부족한 점 등을 근거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자백 내용을 인정하더라도 내용에 신빙성이 떨어져 유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