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에 박영수 전 고검장(64)을 임명했다.

청와대는 30일 "박 대통령이 야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 2명 중 박 변호사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박 전 고검장은 SK그룹 분식회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등 굵직한 대기업 수사를 지휘한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중수부장 시절엔 중수1과장이었던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과 손발을 맞춘 전력이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은 특검 수사가 신속 철저하게 이뤄지길 희망하고 이번 일로 고생한 검찰 수사팀에 고맙다는 뜻을 밝혔다"며 "대통령은 본격적인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직접 조사에도 응해 사건 경위를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특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오로지 사실만 바라보고 수사하겠다"며 "수사영역, 대상, 지위고하 및 일체 정파적 이해관계도 고려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특검은 앞으로 특검법에 따라 특검보 4명, 특별수사관 40명을 임명할 수 있으며 최대 검사 20명, 수사관 40명을 지원받아 최장 100일(준비기간 포함 120일)간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수사 대상은 △청와대 문건이 최씨에게 넘어간 과정 △최씨 등 일당이 실제로 국정에 개입하거나 인사권을 휘둘렀는지 여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출연금의 성격 △최씨 딸 정유라씨 특혜 의혹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의혹 △최씨 일가의 재산 부정축재 의혹 등 제기된 의혹 전반이다.

이 중 특검 수사의 가장 큰 과제로 꼽히는 것이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 규명이다. 앞서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이 낸 거액의 출연금 중 대가성이 있는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아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뇌물 혐의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필요하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거부했고, 제3자뇌물제공 등 뇌물혐의는 끝내 적용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특검 수사에 응하겠다고 한 만큼 특검에서는 뇌물죄 적용에 대한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최씨 딸 정유라씨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 역시 특검의 몫이 됐다. 김 전 실장의 경우 '왕실장'으로 불리며 박근혜 정권의 최고 실세로 꼽혔던 인물이다. 최씨가 청와대를 오가며 국정을 주무르는 과정에도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최씨를 만난 적도 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최근 이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 전 수석은 최씨 측에 롯데그룹과 관련한 수사기밀을 유출하고, 최씨의 국정농단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우 전 수석의 장모와 최씨가 골프회동을 했다는 사실도 알려져 논란은 더 커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