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재 재판관들/사진=뉴스1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의 손에 넘어간다. 이들 중 6명 이상이 탄핵을 찬성할 경우 박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에 따라 '운명의 키'를 쥔 헌재 재판관 면면에 관심이 쏠린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한철 헌재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9명 중 대다수인 6명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2014년 12월 헌재 재판관 8명의 찬성으로 통합진보당 해산이 결정됐을 때 보수 색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선 박 소장은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히던 검사 출신이다. 그는 2011년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명으로 재판관이, 2013년 4월 박 대통령의 임명으로 헌재소장이 됐다. 박 소장의 임기는 내년 1월31일 끝난다.

박 소장은 2008년 대검찰청 공안부장 시절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등 주요 시국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헌재에서도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합헌 의견을 내는 등 보수 성향을 유지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유일한 여성인 이정미 재판관은 2011년 3월 이용훈 전 대법원장 지명을 받아 헌재에 합류했다. 이 재판관은 진보 인사로 분류됐으나 통진당 해산 심판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그는 주심을 맡았다. 이 재판관은 내년 3월13일 퇴임한다.

김이수 재판관은 2012년 9월 야당 추천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그는 통진당 해산 심판에서 재판관 9명 중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내며 주목받았다. 진보 성향인 그는 교원노조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법 조항은 위헌이라고 보는 등 헌재 내에서 줄곧 소수 의견을 내놨다.

대부분의 재판관이 판사 경력을 가졌지만 안창호 재판관은 박 소장과 함께 공안검사 출신으로 헌재에 입성했다. 안 재판관은 2012년 9월 여당 추천을 받았고 헌재 내에서 대표적인 보수 인사로 분류된다.

김·안 재판관과 같은 시기 강일원·이진성·김창종 재판관도 임명됐다. 강 재판관은 여야 합의를 거쳐 선출됐고 이·김 재판관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았다. 이들 중 강 재판관에게는 중도 성향을 지녔다는 평가가 따른다.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2013년 4월 박 대통령이 임명했다.

재판관 개개인의 성향과 개별 사건에 대한 의견이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대한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는 중요 잣대가 된다. 반면 이번 사건의 경우 성향의 구애를 받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헌재는 탄핵의 요건이 되는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만 하면 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조만간 만료되는 상황은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을 제외한 인원으로 탄핵심판을 진행하거나 후임 재판관이 채워진 상태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다만 황교안 국무총리가 박 대통령을 대신해 후임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