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신임 대한변호사협회장(왼쪽 네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49대 대한변협 협회장 취임식'에서 기념 떡케이크 커팅식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천기흥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영한 대법원 법원행정처장, 김현 신임 협회장,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 소장,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 김주현 대검찰청 차장검사. 2017.3.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4일 '변호사 중개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일반 국민에게 소개료 없이 적절한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는 게 도입 취지다.

변협은 "최근 변호사 수가 급증해 중개 사이트의 난립으로 인해 법률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며 "의뢰인의 변호사 관련 정보 부족으로 법조브로커가 근절되고 있지 않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에 공신력 있는 기관인 변협이'변호사 중개제도'를 도입해 관련 문제를 해결하겠단 얘기다.

◇법무부, 법조브로커 근절TF서 2015년 최초제안…변협, 전격 도입 발표

변협이 발표한 '변호사 중개제도'는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법무부 주도로 지난 2015년부터 대법원·국세청·변협·서울변회·법조윤리협의회 등의 관계자가 모여 만들어진 '법조 브로커 근절 방안 태스크포스(TF)'에서 이미 논의된 바 있다. 2015년 11월 13일 TF 2차회의에서 법무부는 '변호사 중개제' 도입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다만 법무부가 내놓았던 중개제도와 변협이 이번에 내놓은 중개제도는 '주체'의 범위가 전혀 다르다. 법무부는 '정부나 변협 허가를 받은 기관'이 형사사건 의뢰인에게 변호사를 소개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다시 말해 변협  외에도 로스쿨이나 시민단체 등 변협 인가를 받은 비영리기관도 의뢰인과 변호사를 연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이었다.

변협 외 비영리기관도 중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점에 대해 당시 변협 등 변호사단체는 사실상 반대했다. 시민단체 등 외부 기관이 사건을 중개하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이번에 변협이 내놓은 방안은 법무부가 애초 제안했던 중개제도에서 변협 외의 다른 기관에 의한 중개 가능성은 배제한 것이다. 당시 변협(하창우 집행부)과 현재 집행부(김현 집행부)가 달라진 점도 이번 중개제도 도입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변협은 올 2월말부터 협회장 등 집행부가 새로 들어섰다.

이창재 법무부 차관이 2016년 6월 23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법조브로커 근절 TF 3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법무부

◇용두사미된 법무부 TF… 법무부 : 변협, 브로커 대책 의견 갈려

법무부 TF는 지난해 6월 28일 4차회의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마지막 4차 회의에서도 법무부 제안과 변협 측 입장이 맞섰다. 

4차 회의에서 법무부는 변호사 정보제공 강화를 위해 학력·경력 등 기본정보 뿐 아니라 객관적 업무실적 정보, 징계나 업무정지명령, 등록취소 사실을 비롯한 각종 비위정보 등 변호사들에 대한 정보공개의 수준을 높이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법무부 제안은 변호사에 대한 정보불균형으로 법조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에 변호사 관련 정보를 보다 더풍부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출발했다. 당시 법무부 관계자는 "법률시장은 소비자가 변호사에 대한 극히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돈을 치르는 비정상적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변호사들은 정부가 잘못된 방안을 대책으로 내밀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법조 브로커가 활개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에 대한 전관예우가 관행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인데 이들 전관에 대한 대책을 내놓기는 커녕 비(非)전관 변호사들까지 끌어들여 변호사들에 부당한 의무를 지우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변호사 이력공개에 상당수 변호사들이 부담을 느낀 탓이다.

TF는 법조 브로커 근절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관(법무부·법원·국세청)와 민간(변협·서울변회)의 시각차만 확인한 채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와 이에 따른 국정혼란 속에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변호사들 '부작용 우려' 속 '긍정효과 기대'도

이런 상황에서 나온 변협의 변호사 중개제도는 여러 모로 변호사업계 등 법조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셈이다. 일단 법무부가 제안했단 최초의 중개제도에서 다른 기관들을 배제하고 변협이 중개제도를 운영하겠다는 점에서 변협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법무부가 불법브로커 문제의 온상인 '형사사건'만을 염두에 두고 중개제도 도입을 주장했던 것에 비해 변협은 민사, 형사, 가사, 행정 등 모든 분야에 중개를 하겠다고 나섰다. 따라서 변협의 중개제도가 제대로 정착된다면 앞으로는 모든 분야 사건의 의뢰인이 변협을 통해 변호사를 소개받을 수 있단 얘기다.

일선 변호사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우선 우려하는 입장에선 제도가 실제로 제대로 운영되기엔 걸림돌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변협에 의한 변호사 중개제도가 실제로 가능한 일이라면 이미 수십년 전에 도입됐어야 할 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만큼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직역단체인 변협에 의한 중개제도가 쉬운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아울러 변협이 적절한 변호사를 어떻게 선정할지, 그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세부적 운영기준, 사회적 기능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선행돼야 '졸속 시행'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모든 변호사들이 소속된 변협이 특정 변호사를 소개한다는 것 자체가 변협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자칫 전관 특정 변호사들에게 소개나 추천이 집중되면 청년 변호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위험도 있고 법률시장 혼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브로커 근절과 명의대여, 전관예우 등의 문제 해결에 먼저 더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뢰인이 전관이나 학력 등 특정 경력을 요구하는 경우 쏠림현상이 나타나 소외되는 변호사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단 우려가 운영상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반면 제도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최재원 변호사(최재원 법률사무소)는 "기존의 전관 변호사 찾기용으로 전락한 기수, 학맥에 의한 정보제공과 불법 브로커 등에 의한 시장에서 벗어나 시장의 양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