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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서 마약, 차에선 주사기 나왔지만…"증명 부족해" 원심 깬 대법

=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15.8.20/뉴스1

모발 감정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돼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에 대해 대법원이 공소사실 증명이 부족하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모발감정 결과만을 토대로 마약 투약 기간을 추정하고 유죄로 판단하는 것을 신중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7~8월 불상의 장소에서 필로폰 0.03g을 투약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A씨가 2020년 1~6월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의심해 2021년 7월 수사를 시작한 뒤 자택과 차량을 압수수색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했다. 반면 A씨 모발(4~7㎝)에서는 필로폰이 검출(1차 모발검사)됐지만 구간별 감정이 이뤄지지 않아 기소까지 이르지 못했다.

공소사실에 투약시점을 특정하려면 모발을 구간별로 감정하거나 절단모발로 감정할 필요가 있다. 개인차가 있지만 모발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1㎝ 정도 자란다고 알려져 있어 검출 부위에 따라 투약시점을 추정할 수 있다.

한 달 뒤 경찰은 A씨의 도주치상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차량을 다시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일회용 주사기 2개를 발견했고 필로폰 성분도 검출됐다. 압수된 모발에서도 모근부위에서 3㎝까지, 3㎝에서 6㎝까지, 6㎝에서 끝까지의 절단모발 모두에서 필로폰이 검출(2차 모발검사)됐다. 검찰은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1심은 필로폰 주사기, 모근에서의 필로폰 검출만으로는 사고 일시 무렵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없다고 보고, 무면허 운전과 뺑소니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마약 투약 혐의까지 유죄로 보고 징역 1년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차 모발검사에서 절단모발 전부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다는 점과 차량 압수수색에서 필로폰 성분 주사기가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1차 모발검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필로폰 투약 시점을 특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2차 모발검사를 했으므로, 2차 모발검사를 통한 마약 투약 시기도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2차 모발검사 결과는 1차 모발검사 결과와 사실상 동일한 내용에 불과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차량에서 발견된 주사기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다는 사정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앞서 대법원은 모발 감정 결과로 추정한 마약 투약 가능 기간을 범행 시기로 인정한다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모발 감정 결과만을 토대로 마약류 투약 기간을 추정하고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판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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