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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간 아이 다쳤다" 교사에 소송건 학부모들…실제 판례 보니

[MT리포트]소풍이 사라진다②

편집자주이른바 '노란버스 사태'로 일선 학교의 수학여행이 대거 취소됐다. 교육계에선 이를 노란버스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일생에 한번 뿐인 추억, 수학여행이 사라진 배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대안도 찾아본다.

"수학여행이 줄줄이 취소되는 게 노란버스 때문만은 아닙니다."

학교의 현장 체험학습용 전세버스에 어린이 통학버스 기준을 적용하도록 하는 이른바 '노란버스 사태' 이후 교육현장에서 나오는 얘기다. 교육당국이 일반 전세버스로도 수학여행을 갈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분위기인데도 현장학습 취소가 잇따르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현장에서는 현장학습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사 개인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구조를 '사라지는 소풍'의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교사가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담이 '노란버스 사태'를 계기로 현장학습 기피로 터졌다는 것이다. 특히 수학여행 같은 현장학습은 정규 교육 과정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교사 입장에서는 사고 예방이나 사고 발생 후 대응 측면에서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현장학습을 추진할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장학습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한 사고 이후 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이미 드물지 않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한 학부모가 "아들 현장학습 때 사고 나서 다쳤다고 글을 썼던 사람인데 댓글로 변호사 알아보라고 얘기해줘서 상담하고 왔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학교에서 매뉴얼을 준수했다고 해도 교사가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업무상 과실치사)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해서 힘을 얻고 왔다"며 "보조교원이 동행했다면 같이 소송을 걸면 된다고 하는데 비슷한 경우가 있으면 도움이 될까 해서 글을 올린다"고 적었다.

광주 북구 서일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2022년 4월28일 수학여행을 가기 전 들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법원에서도 현장학습 사고를 두고 교사의 지도·감독 소홀을 지적한 판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현장학습에서 교사의 의무를 평소보다 무겁다고 본 판례가 있다. 경북 영주의 한 초등학교 수학여행에서 2017년 7월 A군이 쏜 장난감 화살에 B군이 맞아 왼쪽 눈이 실명한 사건이 발생했다. A군은 장난감 화살촉에 붙은 고무 패킹을 떼고 끝부분을 칼로 날카롭게 깎아 베개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B군에게 쐈다.

재판부는 "현장학습에 참가한 학생은 전적으로 학교의 보호·감독 아래 놓이게 되기 때문에 교사들에게 평소보다 무거운 주의 의무가 요구된다"며 "위해성 도구 소지 금지, 위험한 장난 금지, 취침시간 지키기 등 일반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했더라도 소지 물건 검사 의무와 취침 등에 관한 지도·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한 만큼 보호·감독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담당교사의 과실과 피해 학생이 입은 손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현장교사의 책임을 물어 경상북도교육청이 A군과 함께 위자료 500만원과 손해배상금 2억2700만원을 B군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교육청이 불복해 항소했지만 대구고법이 항소를 기각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현장학습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교사 책임이 있는지를 따질 때 법원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쟁점은 사고가 예측가능한지다. 문제는 예측가능한 정도를 어느 만큼으로 볼 것이냐다.

인천 C고등학교는 2012년 6월 수학여행 프로그램으로 강원도 정선에서 레일바이크 체험활동을 했다. 학생 4명이 탄 레일바이크 뒤를 D군 등 4명이 탄 레일바이크가 뒤따르고 그 뒤에 학생 2명과 담임교사 등 4명이 탄 레일바이크가 있었다. 맨 앞서 가던 레일바이크가 갑자기 멈춰서자 두번째 레이바이크에 타고 있던 D군이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추돌해 바이크에서 떨어졌다. 맨 뒤에서 따라오던 레일바이크에서도 이를 보고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D군과 부딪치면서 D군은 머리 내 출혈 등의 상해를 입었다.

레일바이크 운영사인 코레일관광개발와 영업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현대해상화재보험은 B군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인천시와 인천시학교안전공제회, 맨 뒤 레일바이크에 탔던 학생 2명 등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학생들 대신 교사의 과실이 있다고 봐 소속 단체인 인천시가 구상금 2973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생들이 레일바이크에 탑승했을 때 운행은 회사 주도 하에 이뤄진다 하더라도 인솔 교사들은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부터 학생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손해배상 책임의 70%가 레일바이크 운영사에, 30%는 인천시에 있다고 봤다.

교육계 한 인사는 "예측가능한 사고라는 개념을 레일바이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라는 수준으로 글자 그대로 적용하면 현실적으로 누가 현장학습을 가려고 하겠냐"며 "최종 법적 책임은 교육청에서 진다고 해도 일단 소송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는 교사는 심적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학교 밖에서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며 "혹시라도 사고가 나서 긴 시간 고통 받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굳이 수학여행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2018년 10월17일 경기 평택시 용이동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안성나들목 부근에서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오던 버스가 정차돼 있던 '사인카'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버스 기사가 숨지고 인솔 교사와 학생 등 1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사진제공=경기도재난안전본부

제주 E초등학교의 사례도 비슷한 경우다. 2008년 제주시 구좌읍 태왕사신기촬영세트장 현장학습에서 이 학교 4학년 G군이 친구들과 인력거를 타며 놀다가 다른 학생들이 인력거 뒤쪽에 탑승해 인력거가 뒤쪽으로 기울어지면서 G군의 왼쪽 약지가 인력거에 끼어 잘리는 사고가 났다.

세트장 운영사와 영업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 G군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는 "교육활동 중 일어난 사고로 담당교사가 예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제주도가 운영하는 E초등학교 교장이나 교사가 보호감독의무 위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제주도는 손해배상 책임의 50%를 물어야 한다는 판결에 따라 구상금 445만원을 지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한 교사는 "학창 시절 추억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소풍을 유지하기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며 "실제 원하는 효과를 위해선 현장 안전인력 추가나 교사의 책임범위 정비 등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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