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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평과세란 무엇인가

[theL] 화우의 조세 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바야흐로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공정이 화두다. 공정은 공평과 어떻게 다를까? 공평은 '같은 것을 같게 다루는 것'이고 공정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정의롭게 다르게 취급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공평이 자연의 법칙이라면 공정은 인류 유산이 만들어 낸 지혜의 소산이다.

국가의 활동 중 공평이 가장 중요하게 작동해야 하는 영역이 바로 조세 분야다. 국민은 각자 조세법률관계에서 평등하게 취급돼야 하고 조세부담은 국민들 사이에 담세력에 따라서 공평하게 배분돼야 한다. 이 같은 원칙을 '조세공평주의' 또는 '공평과세의 원칙'이라고 한다.

헌법 11조 1항은 국민의 평등권을 규정한다. 평등권은 시대와 국가에 따라 개념이 다를 수 있지만 통상 불합리한 차별의 금지를 의미하며 현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선 특별히 배분적 정의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공평과세의 기준은 담세력이다. 담세력은 소득·소비·재산 등을 기준으로 판정하며 그 밖의 요인은 담세력 판정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담세력이 동일한 사람 상호 간에 평균적 정의가 충족돼야 함은 당연하지만 현대 복지국가에선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에 대한 배분적 평등의 실현 또한 중요한 실천적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통상 전자를 수평적 공평, 후자를 수직적 공평이라고 부른다. 수직적 공평은 위에서 본 '공정'이 조세 분야에서 나타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수평적 공평은 국가가 과세권을 행사하면서 담세력이 동일한 납세자를 동일하게 취급할 것을 요구하는 데 반해 수직적 공평은 세 부담이 담세력에 맞춰 적정하게 배분될 것을 요구한다. 수직적 공평(누진과세 등)도 과도할 경우 헌법적 문제를 야기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입법정책적 문제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에 반해 수평적 과세에 위배되는 경우 곧바로 위헌 문제가 발생한다. 담세력이 동일한 납세자 사이에 과세의 크기를 달리하는 것은 이를 인정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똑같은 소득 1000만원이라도 근로소득과 이자소득은 담세력의 크기가 다르다. 투입된 대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소득에 대해 소득의 주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따라 과세상 차별하는 것은 공평과세에 어긋나는 위헌적 과세가 된다.

공평과세는 적정과세와 다른 개념이다. 흔히 시가(時價)에 따른 과세를 적정과세라고 부르는데 공평과세와 적정과세는 곧잘 충돌한다. 그리고 이같이 공평과세와 적정과세가 충돌할 경우 공평과세의 가치가 우선한다. 시가에 미달하는 과세라도 납세자에게 공평하게 적용하는 한 헌법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지만 적정한 과세라도 공평과세에 어긋나면 위헌적 과세가 된다. 그런데 이런 원리가 입법·재판 단계에서 자주 실종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래에서 두 사례를 살펴본다.

먼저 우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평가대상 부동산의 시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법정평가방법(토지는 개별공시지가)에 따라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판례는 목적 부동산에 관해 평가 당시를 기준으로 매매사례가액·감정가액 등 시가에 관한 자료가 따로 없다면 '시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로 봐 법정평가방법으로 평가하도록 판시하고 있는데 목적 부동산에 관해 시가에 관한 자료가 존재하는지 여부는 담세력과 무관한 우연한 사정이므로 이 같은 사정에 따라 평가 방법과 과세가액을 달리하는 것은 동일한 것을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서 공평과세에 어긋난다.

우리 법은 또 담보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피담보채권액을 기준으로 평가하게 해 담보권이 설정되지 않은 부동산과 차별하고 있는데 이 또한 담세력과 무관한 사정에 따른 차별이다. 우리 법과 같이 시가를 본래의 의미의 시가와 법정평가방법으로 이원화하면 이처럼 우연한 사정에 의한 불합리한 차별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자주 문제 되는 '꼬마빌딩' 감정가액에 의한 과세도 동일한 담세력을 지닌 부동산 중 특정 부동산에 관해서만 감정가액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를 야기한다.

외국 사례를 보면 일본에는 특정 토지에 대해서만 같은 조건의 인근 토지에 비해 높게 평가하는 것은 평가액이 시가 범위에 있더라도 평등취급원칙에 어긋나 위법하다는 판례가 확립돼 있다. 미국에는 과세가 적정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납세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으면 위법하다고 보는 원칙이 확립돼 있다.

다른 사례도 있다. 최근 대지조성업·부동산매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 분양률 저조로 자금난에 처한 주택도시공사로부터 공사 중이던 택지개발사업구역 내 일부 토지를 분양받아 대지조성(토지형질변경) 및 기반시설 설치공사를 수행한 후 양도한 것이 과세상 문제가 된 사건이 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주택도시공사가 대지조성사업을 영위하는 경우에는 비사업용 부동산의 예외로 보지만 일반 사기업에 대해선 별도의 예외 규정이 없다. 과세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이 법인이 비사업용 부동산을 양도했다고 보고 중과세했다.

하지만 대지조성업·부동산매매업을 영위하는 법인이 대지를 조성해 매매했는데 이를 비사업용 부동산의 양도로 본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 특히 법이 공기업에 대해선 비사업용 부동산의 예외로 취급하면서 사기업에 대해선 비사업용 부동산으로 취급하는 것은 명백히 공평과세에 어긋난다.

법인이 보유하는 부동산이 사업용인지 여부는 법인의 목적사업과 부동산의 용도 등에 따라 객관적으로 구별되는 개념이니 주체가 공기업인지 사기업인지에 따라 달라질 이유가 없다. 공사가 사업하던 기간에는 사업용이던 부동산이 사기업이 넘겨받아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는 순간 비사업용으로 둔갑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봐야 한다.

한마디로 공평과세는 적정과세의 상위개념이다. 입법을 비롯한 국가 공권력의 전반적인 행사와 관련해 공평과세의 헌법적 가치에 관한 근본적 사고의 전환이 있기를 기대한다.

임승순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임승순 고문변호사는 법무법인(유) 화우의 조세전문그룹을 이끌고 있다. 사법연수원을 9기로 수료해 각급 법원 판사와 부장판사로 근무하다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로 퇴직했다. 국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국무총리 행정심판 위원, 국세청 과세전적부심사위원, 서울지방국세청 조세법률고문,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민간위원을 거쳐 현재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 등 조세 관련 분야에서 주로 활동한다. 2013년 세계 법조인명록 법인세 분야 한국대표변호사로 선정됐다. 대표적인 저서인 '조세법'은 세법 분야의 대표적인 필독서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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