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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해외도피 선종구 회장에 "세금 1400억 돌려줘라"…조세심판원 보신주의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사진=뉴스1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77)이 회사에 1700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되기 직전 해외로 출국해 3년째 도피행각을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이 최근 선 전 회장이 납부한 1300억원대 증여세를 돌려주라고 결정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무시하면서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에 대해 세금까지 사실상 면제해주는 나쁜 선례로 기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머니투데이 3월15일자 '[단독]'해외도피' 선종구 "증여세 1400억 돌려달라"…조세심판원 추가심리키로' 참조



12년 만에 "증여세 돌려줘라" 결정…이자만도 수십억원


세무업계에 따르면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이 지난해 4월 부과한 증여세 1376억원에 대해 선 전 회장이 신청한 조세불복심판 청구 심리를 지난 2월부터 심리해왔다. 당초 박춘호 상임심판관이 주심으로 심리하다 퇴임하면서 류양훈 상임심판관이 경북대 교수 등 외부 심사위원 2명과 함께 사건을 심리해 최근 2대1 의견으로 세금을 취소하라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위원 2명이 모두 처음에는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지만 류 심판관이 부과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으면서 심사위원 2명 중 1명이 입장을 바꿨다.

조세심판원이 세금 취소를 결정하면 대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이번 심리 결과를 황정훈 조세심판원장이 결재하면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결정이 최종 확정된다. 국세청은 조세심판원 판단에 불복해 별도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다.

심판관 회의 결정이 확정될 경우 국세청이 돌려줘야 하는 돈은 선 회장이 지난해 4월 부과처분 직후 납부했던 증여세 1376억원에 환급가산금(이자)까지 더해 1400억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해외로 도피한 경제사범에게 징역형 집행은 고사하고 국민의 혈세로 재산을 불려주게 될 상황이다.



감사원 징계 요구까지 했는데…징역 피해 해외도피 중 소송 제기



이 사건은 감사원이 선 전 회장에 대한 증여세를 제대로 추징하지 못한 문제로 2021년 국세청과 조세심판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해 국세청 담당자 2명에 대한 징계까지 요구한 사건과 맞물린 사안이다. 이번 조세심판관 회의에서도 이 같은 점이 수차례 지적됐지만 끝내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과 선 전 회장의 증여세 공방은 하이마트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선 전 회장이 회사에 1700억원대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를 들여다보던 검찰이 편법증여 정황을 포착해 2012년 국세청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국세청은 선 전 회장이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하이마트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 주식을 본인 명의가 아닌 두 자녀의 명의로 취득한 것을 자녀 명의만 빌린 '명의신탁'에 의한 증여로 보고 2012년 선 전 회장의 두 자녀에게 각각 832억원, 544억원 등 총 증여세 1376억원을 부과했다.

이후 선 전 회장이 사실상 자녀에게 재산을 넘긴 과정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느냐를 두고 국세청과 조세심판원, 선 전 회장 측이 법적 다툼을 벌였다.

국세청의 증여세 부과 이후 선 전 회장은 자녀를 대신해 연대납세의무자 자격으로 일단 증여세를 납부한 뒤 조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조세심판원은 2014년 국세청의 증여세 부과가 명의신탁에 의한 증여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재조사해 부과하라고 결정했다. 국세청이 조세심판원 결정에 따라 증여세 명목을 현금증여로 수정해 같은 액수의 증여세를 부과하자 선 전 회장 일가는 이미 납부된 세금으로 증여세를 대납한 뒤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명의신탁에 의한 증여와 달리 현금증여는 연대납세의무가 없기 때문에 국세청이 기존에 납부됐던 증여세를 선 전 회장에게 돌려준 뒤 자녀들로부터 받아야 하는 절차상의 문제가 발생했고 국세청은 증여세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선 전 회장에게 환급가산금만 116억원을 물어줬다.

선 전 회장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대법원이 조세심판원 판단과 달리 선 전 회장의 행위가 현금증여가 아니라고 2018년 확정 판결했다. 국세청이 처음 부과했던대로 사실상 명의신탁에 의한 증여가 맞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국세청이 대법원 판결 5년만인 지난해 4월 선 전 회장 자녀들에게 명의신탁에 따른 증여세 1376억원을 재부과하자 선 전 회장 일가는 다시 조세심판원의 2014년 판단을 근거로 내세우면서 국세청이 명의신탁에 따른 증여세를 재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두번째 심판청구를 조세심판원에 제기했다. 최근 나온 결정이 이 사안이다.



2014년 판단 못 뒤집는다…조세심판원 보신 논란


법조계에서는 조세심판원의 보신주의가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법원 판결에도 2014년 판단(명의신탁에 의한 증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의 결정)을 뒤집지 않겠다는 심리가 이번 결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과세당국의 잘못된 세금 부과에 대해 납세자가 좀더 수월하게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한 조세심판제도를 선 전 회장 일가가 악용해 세금을 탈루하게 된 상황"이라며 "황정훈 조세심판원장이 지금이라도 사건 심리를 합동회의로 회부해 좀더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최근까지 수차례 반복된 증여세 부과와 환급 과정에서 선 전 회장에게 물어준 환급가산금, 사실상의 이자만 350억원이 넘는다. 국세청은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선 전 회장과 자녀 명의로 된 하이마트홀딩스 주식에서 발생한 차익에 대해 증여세 324억원을 추가 부과했을 때도 선 전 회장이 제기한 경정청구가 받아들여져 131억원을 물어줬다.

선 전 회장은 17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1·2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됐지만 장기간 성실하게 재판을 받았다는 등의 이유로 법정구속되지 않았다가 2021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직후 미국으로 출국해 잠적했다. 검찰은 2022년 3월 대법원 확정 판결 후 선 전 회장의 해외도피를 뒤늦게 파악하고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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