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

운동선수들에게 금품을 받은 감독이 코치로 강등 처분을 받은 뒤 근로계약이 연장되지 않았더라도 부당한 해고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원고 정모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정씨는 2006년 2월 경기도 체육회 직장운동경기부 수구팀 코치로 입사했다가 2018년부터 감독으로 근무했다.

경기도 체육회는 2021년 4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정씨가 2017년 1월 수구팀 선수들로부터 현금 1000만원을 수수한 점 등을 이유로 해임을 의결했다가, 5월 재심 인사위를 열어 감독에서 코치로 강등하기로 의결했다.

정씨는 2021년 8월부터 경기도주택도시공사(공사)에 고용이 승계돼 공사 소속 직장운동경기부 수구팀 지도자로 근무했다. 공사는 같은 해 11월 정씨에게 근로계약이 2021년 12월 31일자로 종료됐음을 통보했다. 공사는 정씨의 중대한 비위행위 등을 이유로 근로계약을 갱신해주지 않았다.

이에 정씨는 부당해고라며 구제를 신청했으나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차례로 기각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정씨는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기대권이 있고, 이미 강등처분을 받았으므로 공사가 같은 이유를 들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이중징계"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2006년부터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지속적으로 근무해 왔고 공사 이전의 고용주도 근로계약을 관행적으로 갱신해줬기 때문에 공사가 동일한 체육지도자 업무를 담당하는 정씨에 대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다. 또 강등 처분이 이미 이루어진 사안을 재차 문제 삼아 근로계약 갱신을 거부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정씨와 공사 사이 근로계약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근로자가 "다음에도 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를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사의 갱신 거절은 합리적인 이유에 기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씨의 비위행위 내용, 정씨의 지위 및 담당하는 업무, 다른 체육지도자와 선수들에게 미칠 영향과 재발방지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공사가 정씨에 대한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사회통념상 합리적이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근로계약 갱신 거절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끝내는 해고와는 구별되는 것으로 징계처분으로 볼 수 없어 '이중징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