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받는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나온지 약 6년 만에 영부인 첫 기소로 결론났다. 김 여사가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하고 종교단체로부터 청탁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특별검사가 출범되며 마무리됐다. 의혹 최초 제기부터 수사 마무리까지의 과정을 짚어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제기 6년 만에 기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2019년 7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처음 불거졌다. 김 여사가 2009∼2012년 발생한 주가조작 사건에 돈을 대는 '전주'(錢主)로 가담했다는 것이 골자다. 2020년 4월 당시 열린민주당은 김 여사 등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수사는 지진 부진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지만,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고발장 접수 약 5개월 뒤인 2020년 9월 검찰 하반기 인사 이후 사건이 형사6부에 재배당되면서 첫 고발인 조사가 이뤄졌다. 사건은 같은 해 11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 또 재배당됐다.

윤 전 대통령이 2021년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검찰은 같은 해 10월 도이치모터스 본사를 압수수색했고, 1차 주포 이모씨와 2차 주포 김모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전주 손모씨 등 핵심 인물 5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대통령선거 직전인 2021년 12월 김 여사에게 1차 서면질의서를 보냈지만 소환 조사는 불발됐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이후인 지난해 7월에는 검찰이 김 여사를 검찰청사로 소환하지 않고 대통령 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비공개 출장 조사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이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계좌를 일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윤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서울고검은 3대 특검법이 발의된 지난 4월25일 재수사 결정을 내렸다. 재수사 과정에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 수백 개가 확보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주가조작이 벌어진 당시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자택과 차량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하고 구속했다. 또 이 전 대표와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가담자들을 소환조사하면서 보강 수사했다.

국회의원 회계책임자가 폭로한 공천개입 의혹

'명태균 게이트' 제보자인 강혜경 씨 변호인 변경식 변호사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관련 참고인 조사 출석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진=머니투데이 DB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공천 개입 의혹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의 폭로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강씨는 국회의원의 세비 수천만 원이 명씨에게 전달됐다고 2023년 12월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고발했다. 선관위는 이들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창원지검은 사건을 사무국 산하 수사과에 배당하고 약 9개월간 내사만 진행했다. 수사과는 검사 없이 수사관으로만 이뤄진 조직이다. 지난해 9월 '김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창원지검은 사건을 선거범죄 전담인 형사4부로 재배당하고 검사 7명으로 수사팀을 꾸렸다. 지난해 12월3일 명씨와 김 전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창원지검은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 선거 때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요청해 김 전 의원의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공천을 돕고, 김 전 의원은 그 대가로 당선 이후 받은 세비 등 8070만원을 명씨에게 줬다고 결론 내렸다. 또 김 여사가 대선 기간 명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 제공을 받고 김 전 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특검팀이 출범하면서 수사는 김 여사와 국민의힘으로 확대됐다. 특검팀은 지난달 27일 2022년 재보선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윤상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지난 8일에는 윤 의원의 사무실과 자택, 김 전 의원 자택, 김상민 전 부장검사 자택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또 지난달 28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무속인 사기 사건으로 드러난 통일교 청탁 의혹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김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 씨를 동시에 소환했다./사진=머니투데이 DB

통일교 청탁 의혹은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가상자산 사기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등 3명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시킨 혐의(사기)로 구속기소했다. 수사 과정에서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사실과 정씨가 전씨 법당에서 전씨에게 기도비 명목으로 1억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전씨의 이권 개입이 더 있을 것이라고 보고 수사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교단의 현안을 청탁하기 위해 2022년 4~7월 6000만원대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2개 등을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건넨 정황을 확보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4월 윤 전 대통령 부부 사저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와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또 구매내역 등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 중구에 있는 샤넬코리아 본사도 압수수색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팀은 수사를 통일교와 국민의힘으로 확대했다. 특검팀은 전씨의 법당과 전씨 변호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전씨를 지난 21일 구속했다. 또 지난달 18일에는 경기 가평 통일교 천정궁 및 서울본부를 압수수색하고 윤 전 본부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같은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국회·지역구 사무실도 압수수색하고 국민의힘 당원명부를 확보하기 위해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특검팀은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특검팀은 지난 6월 김 여사에 대한 첫 소환조사를 진행한 뒤 다음날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구속된 이후 5차례 소환 조사를 진행했지만 김 여사는 혐의를 부인하며 대부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를 29일 구속기소했다.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는 김건희 여사가 29일 역대 영부인 중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전 김 여사를 구속기소 했다. 지난달 2일 특검팀이 수사를 개시한 이후 약 두 달(58일)만이다./사진=머니투데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