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수사개시 약 두 달 만에 김 여사를 기소했지만 아직 규명해내지 못한 의혹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이 아닌 특검팀이 자체적으로 인지한 사건들이 상당수인 만큼 특검팀이 본격적으로 수사력 검증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검팀은 29일 오전 김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정치자금법 위반(국민의힘 공천개입 의혹), 특정범죄가중법상 알선수재(건진법사-통일교 청탁 의혹)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앞으로는 남은 의혹들과 김 여사의 연관성을 규명해 재판에 넘기는 일이 특검팀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남은 의혹들은 △집사 게이트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교부 △로봇 개 업체 청탁 의혹 △관저 증축공사 계약 청탁 의혹 △통일교 신도들의 국민의힘 집단가입 의혹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양평고속도로 노선 종점변경 특혜 의혹 △양평공흥지구 개발특혜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이다.

혐의 상당수가 특검팀이 자체적으로 인지했거나 이첩받았더라도 특검팀이 사건 초기부터 수사를 시작한 것이어서 법조계에서는 진짜 특검수사는 지금부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집사 게이트' 핵심피의자 기소, 다만 김 여사와의 연관성 규명 필요… 수사인력은 50% 보강요청

김건희 여사 일가의 '집사'로 지목된 김예성씨가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체포돼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집사 게이트는 대기업·금융사들이 김 여사 일가의 '집사'를 자처한 김씨와 관련있는 IMS모빌리티 등에 약 184억원의 돈을 투자·협찬했다는 의혹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영향력이 없었다면 굳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투자받을 당시 IMS모빌리티는 누적 손실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투자금 중 46억원 상당을 차명법인 이노베스트를 통해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씨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김 여사는 아직 해당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특검팀의 1호 수사사안인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기 전 이첩받아 사실상 수사 초기부터 특검팀이 주도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삼부토건 전현직 경영진이 2023년 5월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건설사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등 호재성 정보를 통해 주가를 띄운 뒤 부당 이득금 369억원을 얻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재건에 참여할 의사가 없었는데도 이같은 공시를 띄웠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특검팀은 사건 관련 인물인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과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 겸 웰바이오텍 회장은 재판에 넘기지 못했다. 이 회장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도주해 특검팀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또 특검팀은 이 사건과 김 여사와의 연관고리 역시 밝혀내지 못해 김 여사도 재판에 넘기지 못했다.

2022년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동포 초청 만찬간담회에 참석한 김 여사. /사진=뉴시스

로봇개 업체 청탁 의혹은 대통령실이 2022년 과학 경호를 명목으로 로봇 개를 들여놓은 것과 관련됐다. 당시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서성빈 드론돔 대표와 3개월간 1800만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서 대표는 김 여사측에 수천만원대 명품 시계를 청탁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특검팀은 서 대표 등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의혹은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이 자수서를 제출하며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특검팀은 이 회장이 김 여사에게 3000만원대 브로치와 2000만원대 귀걸이를 추가로 전달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2022년 4월쯤 서희건설 측이 김 여사측에 전달한 반클리프아펠 목걸이가 이 회장 맏사위인 박성근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앉히기 위한 청탁이었다고 보고 있다. 해당 목걸이는 김 여사가 2022년 6월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목걸이다.

기소 건수가 늘어나고 남은 의혹을 밝히기 위해 특검팀은 지난 25일 국회 의사국 의안과에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특별검사보 1~2명 △파견 검사 20명 △파견 공무원 40명 상당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인력의 50%를 추가로 요청한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공소 유지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개정안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