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_대한민국법원_법원_로고_심볼 /사진=임종철

삼성전자와 유진테크 등 국내 여러 반도체 회사의 주요 기술 자료를 빼내 중국 회사로 유출한 일당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이 빼돌린 기술 개발에 삼성전자 등이 쓴 비용만 736억원에 이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9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의 반도체 장비 회사 A사의 김모 부사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부사장은 D램 기술을 부정하게 취득, 다른 피고인들에 비해 죄질과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주도적으로 다른 피고인들과 동료를 포섭해 이 사건을 주도한 장본인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 부사장 범행은 관련 업계의 건전한 거래질서를 저해하고 관련 기술을 만들었던 피해 회사들의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헛되게 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 산업경쟁력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며 "이를 통해 얻은 피해 회사들의 손해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에서 제출한 자료들, 관련 내용, 검사 주장을 종합하면 18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D램 제품을 개발한 후 양산에 성공하는 데 들였던 비용, 중국 경쟁업체가 이를 개발 후 양산에 이른 점 등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입은 피해는 어마어마한 액수에 이를 것으로 쉽게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 출신 김 부사장은 2016년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리지(CXMT)로 이직했다. CXMT는 중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회사다. 이후 반도체 장비회사인 유진테크로 옮겨 D램 제조 핵심 설비인 ALD(원자층증착장비) 공정 개발팀에서 일했다.

김 부사장은 유진테크 재직 중 반도체 증착 장비 설계 기술을 외부로 유출하고 중국 회사 A사의 장비 제작에도 해당 기술을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파악한 삼성전자 등 유출 기술 자료 3개사의 개발 비용만 총 736억원에 달한다.

A사는 김 부사장이 중국에 ALD 개발에 성공한 회사가 없는 것을 보고 다른 중국 회사의 투자를 받아 신설한 곳이다. 특히 김 부사장은 여러 반도체 증착장비 회사의 전문가들에게 기존의 2배 이상의 연봉과 A사 주식 배분을 약속하며 기술 유출과 이직을 꼬드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사장은 2016년엔 삼성전자의 18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D램 공정 기술을 CXMT에 빼돌린 혐의도 있다.

김 부사장과 함께 기술 유출에 가담한 방모 장비설계팀장은 징역 2년6개월, 김모 장비설계팀원은 징역 1년6개월, 신모 전기팀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320시간의 사회봉사, 유모 장비설계팀원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 역시 중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김 부사장의 제안과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한 점 등을 고려해 김 부사장보다 적은 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