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위반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2.2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 대표는 "스스로는 허위라고 생각하고 말한 적이 없다"며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하면 정치인이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냐"고 했다. 문제가 되는 발언들이 죄가 되지 않고, 오해가 있다며 무죄를 주장한 것이다. 2심 선고일은 다음달 26일로 정해졌다. 법원이 이 대표에게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하고 해당 판결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검찰은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 주재로 열린 이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의 신분·정치적 상황·당락 여부 등에 따라 공직선거법을 적용하는 잣대를 달리한다면 공정한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공직선거법의 취지가 무너진다"며 "선거의 공정성·민주주의·헌법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거짓말을 해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한 사람에 대해 지위고하 막론하고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이 대표의 '김문기를 몰랐다'는 발언에 대해선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가 일관되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대장동 의혹과 선을 그으려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백현동 협박 발언'에 대해서는 "이 대표에 대한 협박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전형적인 남 탓 사례"라고 했다.

이 대표는 최후 진술에서 "기억은 자신에게 유리한 형태로 바뀌기도 하더라"며 "내가 뭘 생각했는지 안했는지 등 관심없는 것들은 입력 자체가 안된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발언들이 오래 전 있었던 일이라 정확하지 않은 기억이란 점을 들어 무죄를 주장한 것이다.

백현동 관련 의혹에 대해선 검찰이 다른 재판과 서로 상충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표는 "국토교통부 공문 관련해 (잘못된 날짜의 것을) 그걸 제가 잘못 읽은 것. 착오에 인한 것"이라며 "시 공무원들이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어떻게든 해주려 노력하다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협박은 제가 과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과정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 등 자신의 정치인 생활동안 검찰에 기소당했던 사건을 줄줄이 나열하며 "너무 답답하다", "검찰이 과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변호인단도 이 대표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고 선거에 영향을 주는 사안도 아니라며 적극 변론했다. 변호인단은 "선거 국면에 (이 대표가) 부정확한 표현으로 말실수를 한 것 뿐인데 이를 엄격하게 법 적용하면 선거의 자유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반복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최종 진술 전 진행된 이날 오전 재판에선 검찰이 신청한 김성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와 이 대표 측이 신청한 정준희 한양대학교 교수에 대해 각각 양형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양형 증인은 재판부가 피고인의 선고 형량을 정하기 위해 참고하는 증인이다.

검찰 측 증인인 김 교수는 이 대표의 허위발언이 대통령 선거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의 말을 잘 믿고, 특히 언론을 통해 전파된 사실은 진짜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며 "이 대표가 가지고 있는 경력이 화려한만큼 그 직함이 국민들로 하여금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만들어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 측 증인인 정 교수는 "생방송 대담은 상당히 즉흥적"이라며 "대담과 토론 프로에선 여러 사실과 의견이 많이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과잉 규제나 처벌의 두려움이 있게 되면 (후보들이)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선거 시기에 검증성 프로를 피하지 않게 하려면 과한 처벌을 하면 안된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방송 인터뷰 등에서 경기 성남시장 시절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알았으면서도 "몰랐다"고 발언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같은 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성남시 백현동 부지 용도를 바꿔주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허위 발언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2심 선고일은 다음달 26일 오후 2시다. 벌금 100만원 이상이 선고되고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다. 피선거권도 박탈돼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 15일 1심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한 발언과 백현동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