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해 고의로 스테로이드성 주사를 맞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헬스트레이너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헬스트레이너 A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18~2019년 사이 현역 입대를 피하기 위해 고의로 신체를 손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3년 5월 최초 신체검사에서 2급 현역병 입영판정을 받은 후 학업 등을 이유로 입대를 미뤄온 A씨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광주 남구, 인천 서구 등에서 고혈압 등 심장혈관계 질환, 간손상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스테로이드성 약물들을 투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18년 12월 고혈압을 이유로 7급 재검 처분을 받고 2019년 5월부터 약물을 추가 복용해 결국 2020년 1월 생식샘 저하증을 이유로 5급 전시근로역 처분을 받았다. 전시근로역은 현역이나 보충역으로 군 복무를 하지 못하고 전시에만 소집돼 사실상 병역면제에 해당한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사춘기 무렵부터 근육을 키우기 위해 약물을 복용했을 뿐 병역의무 기피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법원은 "피고인의 건강 기록, 카투사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했던 점 등을 종합할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병역기피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늦어도 2019년 3월쯤엔 자신의 질병이 병역연기나 면제사유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2개월이 넘는 상당한 기간이 동안 스테로이드 계열의 약물을 복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피고인이 카투사에 지원한 점을 무죄 근거로 들었지만 최초 2급 현역병 입영판정을 받은 후 △해외출국으로 입영 연기 △국가공무원 채용시험을 이유로 2차례 연기 △질병을 원인으로 2차례 입영을 연기했다"며 "피고인이 입영을 연기한 과정이나 기간, 사유, 횟수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에게 자발적으로 군복무를 마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역시 이 같은 2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형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