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석방 사흘째인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서 경호처 관계자가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하면서 거론한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흠결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법원이 꾸준히 해소를 주문했던 사안이다. 일각에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이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내란 혐의 수사권은 경찰에만 있었는데 검찰과 공수처가 수사에 뛰어들면서 절차적 하자가 발생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각 수사기관 사이 의견 통일이 되지 않으면서 수사가 다른 갈래로 전개됐고 결과적으로 혼란만 커졌다는 것이다.

중복 수사 문제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일찍이 우려를 제기해왔다. 특히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 같은 수사 방식이 향후 재판 절차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

천 처장은 지난해 12월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군검찰을 포함해 검찰, 경찰, 공수처가 서로 수사권을 주장하는 비정상적 상황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공소제기 절차의 적법성이나 증거능력 문제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사법부로서 아주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달 17일 검찰이 청구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과 관련, 천 처장은 "결론적으로 검찰에 수사권이 있다고 법원이 인정한 것 아니냐"는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적으로는 저희 판례를 통해서 그 부분이 정리가 돼야 할 사안"이라며 "혹시라도 중대한 재판에 있어서 심각한 차질이 사후적으로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저희도 많이 고민하고 있고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어느 기관에 수사권이 있는지, 그에 따라 영장을 발부해야 하는지 등은 모두 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기 때문에 절차의 명확성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느 쪽이 수사를 전담하는 것이 좋다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추후 문제가 되지 않도록 조율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수사기관들이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통신영장을 각각 청구하자 "동일 또는 유사한 내용의 영장이 중복 청구되고 있으므로 각 수사기관 간 협의를 거쳐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해 청구하는 등 조치를 취해달라"는 기각사유를 밝히기도 했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입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차례 지적에도 수사기관은 완벽하게 조율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갔고 전례가 없던 일들이 발생했다. 독립수사기관인 공수처가 경찰과 공조수사본부를 꾸렸고 그간 검찰을 통해 영장을 청구했던 경찰이 공수처를 거쳐 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가 이첩요청권을 발동해 관련 수사를 전담하게 됐지만 합동 수사할 기회는 놓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와 구속 기소가 이뤄졌지만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비상계엄 재판을 심리해야 할 법원이 꾸준히 절차적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 왔는데도 수사기관들 사이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최근과 같은 혼란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보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이라며 "이제라도 절차적 문제에 대한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