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사진=뉴스1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지난해 12월3일 밤 10시25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1979년 10·26 사태 이후 45년 만이었다. 그날 이후 122일 만인 오는 4일,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을 파면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탄핵심판 선고일 지정까지의 시간을 돌아본다.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부터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까지. 2025.04.01/사진=윤선정 디자인 기자

#비상계엄과 해제.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 포고령이 발동됐다.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됐고 경찰은 국회 출입을 막았다.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모였다. 계엄군 중 일부는 국회 창문을 깨고 본관에 진입했다. 국회 직원 및 의원 보좌진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계엄군의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막았다.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온 우원식 국회의장 등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모였다.

다음날인 12월4일 오전 0시47분 열린 국회 본회의. 오전 1시2분 재석 의원 190명 전원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됐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8명도 동참했다. 오전 1시 무렵부터 계엄군 일부가 철수하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때와 같은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 윤 대통령은 오전 4시27분쯤 담화문을 발표했다. 계엄을 해제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내란 우두머리 수사. 비상계엄 선포 이틀 뒤,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일제히 수사에 착수했다. 피의자는 윤 대통령이었다. 수사권 다툼이 있기도 했다. 경찰은 내란 혐의 수사권이 있었지만 검찰과 공수처는 없어 직권남용죄의 관련 범죄로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는 지난해 12월9일 법무부로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 신청을 승인받았다.

수사는 공수처 주도로 급물살을 타는 듯 보였다. 공수처 요구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18일 '12·3 비상계엄'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다. 지난해 12월30일 공수처·경찰·국방부가 모인 공조수사본부는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헌정사 첫 현직 대통령 체포. 하지만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는 건 쉽지 않았다. 지난 1월3일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으나 경호처와의 대치 끝에 5시간30여분 만에 철수했다. 공수처는 서울서부지법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받았다. 공수처는 같은 달 15일에서야 경찰과 함께 체포영장 집행에 성공했다. 이례적인 수색영장 내용과 현직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거부 모습에 보수 단체가 결집했다. 무리한 영장 발부라는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반발도 거셌다.

#탄핵소추. 윤 대통령 탄핵 시계도 빠르게 돌아갔다. 지난해 12월7일 윤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은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투표 직전 집단 퇴장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 중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 3명만이 투표에 참여했다. 국회 앞에서는 연일 시위가 열렸다. 일주일 후 2차 표결에선 재석 300표 중 찬성 204표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헌재의 상황에 대한 윤 대통령 지지층의 불만도 커졌다. 지난해 12월3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을 임명했으나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마은혁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보류했다. 헌재는 9명 완전체가 아닌 8명 체제로 탄핵심판 심리를 하게 됐다. 지난 1월3일 탄핵 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국회 측은 탄핵소추 사유 중 '내란죄 성립 여부'에 대한 철회를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절차적 정당성이 떨어진다'며 반발했다.

#구속 기소와 구속 취소. 공수처는 지난 1월15일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나흘 뒤인 19일 서울서부지법은 "증거 인멸 우려"를 이유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상태가 된 윤 대통령은 지난 1월21일 헌재에서 열린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처음으로 출석했다. 남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맸다.

제대로 된 수사를 거의 진행하지 못한 공수처는 지난 1월23일 검찰 특수본에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겼다. 특수본은 보충 수사를 위해 구속 기간 연장을 신청했으나 지난 1월24일 서울중앙지법이 구속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즉시 특수본이 다시 구속 기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재차 불허됐다. 검찰은 지난 1월26일 전국 고·지검장 회의를 개최한 끝에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20일 헌정사 첫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형사 재판에 출석했다.

윤 대통령의 구치소 생활은 길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수사권이 불분명하고,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했어야 한다며 구속 취소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달 7일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했다. 검찰은 즉시항고를 고심하다가 결국 증시항고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튿날인 지난달 8일 검찰은 석방 지휘서를 보냈고 윤 대통령은 석방됐다.

#다시 헌재의 시간. 헌재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오는 4일 오전 11시로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 중 8차례 참석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야당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 '경고성'이었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