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지난 3월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12·3 비상계엄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이 국회 출입 통제와 관련해 "포고령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들이 체포된다"고 말했다는 경찰 지휘부의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시 지귀연)는 7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 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의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이 출석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임 국장은 비상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3일 밤 11시35분쯤 '포고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통제하라고 서울청에 전달하라'는 조 청장의 지시에 오부명 당시 서울청공공안전차장에게 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임 국장은 당일 오 전 차장과 통화를 할 때 국회 측의 항의가 있었다는 내용을 듣고 이를 조 청장에게 말했으나 조 청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 국장은 "(조 청장에게) 현장에 항의가 있는데 통제를 하는 게 맞냐고 말했다"며 "구체적인 표현을 하나하나 똑같이 표현하긴 어렵지만 '국회 사무처 측의 항의가 있다'는 식의 뉘앙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조 청장이 "포고령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가 체포된다"고 답했다는 것이 임 국장 증언이다.

임 국장 증언에 조 청장 측 대리인이 "'조 청장이 포고령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가 체포된다. 그대로 하라고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는데, 조 청장이 체포라는 단어를 확실히 썼냐"고 묻자 임 국장은 "명확히 기억난다"고 답했다.

또 임 국장은 조 청장이 지난해 12월3일 자정 이후 집무실에서 간부들과 TV 뉴스를 보며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임 국장은 "(조 청장이) TV로 지켜볼 때 지나가듯이 '(군이) 이제 왔네'라는 뉘앙스로 말한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조 청장이 계엄군을 TV로 보고 '이제 왔네, 늦게 왔다'고 말했냐"고 묻자 "그런 뉘앙스"라고도 했다.

조 청장과 김 전 서울청장은 계엄 당시 국회를 봉쇄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등 '정치인 체포조'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조 청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