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9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전경./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 재판을 멈춘 근거가 된 헌법 제84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각하했던 사실이 뒤늦게 파악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다룬 헌법 제84조에 대해 헌재는 2016년 '헌법 조항은 위헌 심판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등의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절차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일반인이 제기한 헌법소원이었다.

이에 따라 헌재에서 앞으로도 헌법 제84조 조항 자체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통상 헌법의 개별조항은 위헌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법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일뿐 그 자체가 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다.

이 밖에 법원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헌법재판소법 조항도 문제다. 여기에서 재판은 최종 판결뿐 아니라 판결의 지연, 절차 진행 등 재판 과정에서 파생되는 모든 결과들을 뜻한다. 또 재판의 주체가 아닌 일반인이 대통령 불소추 특권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에 대해서도 당사자 적격성이 없어 절차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할 공산이 크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소추'의 뜻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소추가 재판에 넘기는 기소만을 뜻하니 이미 기소된 재판은 그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과 '헌법의 취지가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 운영 등을 위해 수사와 재판 등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라 이미 기소된 재판 역시 멈춰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왔다.

서울고법은 지난 9일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전날 대장동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역시 같은 취지의 판단을 했다. 이로써 △위증교사 사건 2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1심 △법인카드 사적 유용 사건 1심 등 이 대통령의 3개 재판 역시 연기될 것이 유력해졌다.

이 대통령의 재판이 연기되자 일반인이 '헌법 84조가 일반인의 재판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는 배당, 심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