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 사건 및 수사외압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검팀 수사관들이서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압수수색에 착수하고 있다. 2025.07.10. /사진=뉴시스

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조사 과정에서 있던 외압 의혹 등을 수사하는 채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이른바 'VIP 격노설'을 확인하기 위해 사건 관련 피의자들의 자택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채해병 특검팀의 첫 강제수사다.

채 해병 특검팀의 정민영 특검보는 10일 언론 브리핑에서 "관련 피의자들이 사용했던 국방부, 국가안보실, 사무실 등 10여 곳에 대해 아침부터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해병대 사령부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자택에도 수사관들을 보냈다.

주요 피의자들의 직장 외에 자택도 이날 압수수색 장소에 포함됐다.

압수수색 대상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등이다.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인물들 모두 채 해병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인물들이다. 이들은 채 해병 순직 사건 초동수사기록을 경찰에서 회수하는 데 연루됐거나 혐의자 8명 중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제외한 채 2명으로 줄이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장관 측은 "채 해병 특검의 압수수색 관련 이 전 장관의 주거지도 대상이었고 오전 11시쯤 종료됐다"고 언론에 알렸다. 이외에도 이 전 비서관, 임 전 비서관 등의 주거지에 대한 강제 수사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채 해병 특검팀이 처음으로 압수수색에 나서며 확보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VIP 격노설' 등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일엔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김 전 차장은 이 전 비서관, 임 전 비서관과 함께 'VIP 격노설' 의혹의 배경이 된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한 인물이다.

정 특검보는 강제수사를 벌인 이유에 대해 "국방부나 안보실 같은 곳에 전반적으로 사건 관련 자료들이 남아있는 게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이기도 하고 당사자들이 휴대폰으로 어떤 연락을 취했는지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31일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윤 전 대통령의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논란이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이 채 해병 사망에 책임이 있단 내용의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려 하자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단 것이다.

구체적으로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7월31일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 같은 사안을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참석자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해당 수석비서관 회의 이후 이 전 장관이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에게 조사 결과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