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1호 수사'인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관련 수사는 내부자 고발이 성패를 가를 것이란 의견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사건 발생 후 오랜 시간이 흐른 점 등을 고려해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최근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잇달아 체결·공시해 투자자를 속이고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핵심은 삼부토건이 실제로 사업을 할 의지가 있었는지다. 실제 사업이 진행을 할 생각이 없었고 허위로 공시, 홍보를 했다는 점이 확인되면 시세조종 범행이 성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특검팀이 핵심 증거들을 쉽게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증권 범죄 수사 전문가인 검찰 출신 대형로펌 변호사는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내부자의 자백이나 결정적인 내부 문건이 없으면 혐의 입증이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통상 주가조작 사건은 거래의 고의와 부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 변호사는 또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는 희미해진다"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정도 된 현시점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해도 물증이 나오긴 어렵다는 취지다. 실제 삼부토건은 특검팀이 압수수색을 하기 전 본사 사무실을 이전했다. 또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 대부분은 삼부토건에서 퇴사했다.

수사에 대비해 입을 맞추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는 관측도 있다. 한 법조인은 "만약 범죄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건이 불거진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관계자들이 이미 입을 맞추고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실제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 등 주요 피의자들은 특검팀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특검팀도 사건 초기부터 내부자 진술 확보의 중요성을 인식, 다양한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팀은 이날까지 전·현직 삼부토건 대표 등 사건 관련자들을 연이어 소환 조사했다.

삼부토건은 2023년 5월부터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참여할 것처럼 현지 업체들과 반복적으로 MOU를 체결하고 관련 보도자료를 냈다. 주가는 1000원대에서 불과 두 달 만에 5500원까지 급등했다. 삼부토건의 실질적 사주인 조성옥 전 회장 등은 주가 상승 국면에서 보유지분을 대량 매도해 수백억 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 같은 일에 김 여사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 두 사람은 사적으로 가까운 사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