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당합병 및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10년, 2020년 재판에 넘겨진 지 약 5년 만에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의 상고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13명도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이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이 제시한 증거 중 일부가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2심 판단도 그대로 인정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5년에 걸친 충실한 심리를 통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신 법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부당합병 사건 재판으로 인해 그동안 총 102차례 법원에 출석했다. 2020년 10월부터 시작된 1심 재판 당시 107회 열린 공판에 96회 출석했다. 2심에서 진행된 6번 재판에 모두 출석했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부회장을 맡았던 당시 그룹 미전실이 주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위법하게 관여한 총 19개 혐의(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등)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2012년 작성한 '프로젝트-G'라는 문건에 주목해 이 회장의 승계계획을 사전에 준비했고 그룹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합병을 추진하면서 회계부정 등이 발생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에 관여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지난해 2월 1심이 19개 혐의 전부를 무죄 선고한 데 이어 올해 2월 2심도 이 회장을 포함해 함께 기소된 미전실 임원 등에 대해 추가된 4개 혐의를 포함해 23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회장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부당하게 이뤄졌다고 볼만한 근거가 부족하고 회계부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2심 쟁점이었던 삼성바이오 허위공시·부정회계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 회계처리에 다소 미흡한 사실이 인정되지만 고의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특히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대체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가 확보한 기업 서버, 관계자 휴대폰 등의 증거에 대해 "압수수색 과정에서 실질적인 참여권 보장 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형사 사법의 정의 실현을 위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할 사정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1·2심 무죄에도 대검찰청 예규에 따라 형사상고심의위원회를 거쳐 상고했다. 예규에 따르면 1·2심에서 공소사실 전부에 무죄가 선고된 사건에 대해 상고를 제기하려 하는 경우 검찰은 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검찰은 법원에 세 번째 판단을 구했지만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형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