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 신임 법무부 장관이 2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수사·기소 분리와 민생범죄 척결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고 했다. 검찰개혁의 큰 줄기를 유지하면서도 범죄대응 역량을 놓치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취지는 공감을 얻지만 실제 제도 설계와 세부적인 실행과정에서 기관 간 충돌과 난항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인사청문회와 취임식 등을 통해 수사기소 분리를 '거스를 수 없는 개혁방향'으로 규정하고 검찰권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기소권은 공소청으로 이관하는 조직개편에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조직개편에 앞서 선제적으로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분리부터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정 장관은 전날 검사의 직무대리를 통한 공판 관여 적절성과 원대복귀 검토를 지시했다.

직무대리는 수사검사가 타청으로 이동하더라도 증권·금융·기술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사건이나 대형안전사고, 전직 대통령 사건 등 중요사건 공소유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 온 제도다. 이는 사건 이해도가 높은 수사검사가 공소유지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수사·기소 일치' 방향에 따른 검찰 관행이었다.

그러나 정 장관은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권한남용 방지가 검찰개혁의 기본 방향인 만큼 일부 비효율이 따르더라도 기능 분리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 사진=뉴시스

문제는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하는 동시에 민생범죄 대응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마약·보이스피싱·전세사기 등 민생침해범죄를 강력히 단속해 뿌리째 도려내고 신종범죄에 선제 대응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부패·증권·금융·공정거래 등 고난도 범죄에 대한 수사역량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수사권을 내려놓는 검찰을 관장하는 법무부 수장이 내놓는 발언으로는 다소 이중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두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것은 수사와 기소를 기능적으로 분리하되 그에 따른 부작용은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사기소 분리를 통해 인권침해와 권한남용을 방지하더라도 복잡해지는 범죄에 대응할 수사역량은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중수청이라는 조직신설 자체가 아니라 실질적인 수사역량 확보에 있다. 검찰 내 인지수사 전문인력의 이탈을 최소화해 어떻게 중수청으로 유인할지, 경찰·검사·검찰수사관 등 이질적 구성원들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을지 등이 관건이다.

또 다른 쟁점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허용여부다. 수사과정서 위법수사, 증거누락 등 결정적 하자가 발생할 경우 법원에서 무죄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기소 전 이를 시정하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검사가 직접 보완할 수 있게 허용할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 장관도 청문회에서 "검사가 직접 아무런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고 사건 처리를 하게 될 경우 기소여부 결정과 공소유지 과정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며 국회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검찰개혁 4법이 그대로 통과돼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며 제도설계 과정에서 현실에 맞는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다만 검찰개혁은 국회의 입법사안인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서 국회와 어떤 현실적인 조율을 해나갈지가 정 장관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