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사진=뉴시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선고할 때 함께 부과되는 준수사항에서 준수기간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과 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40대 A씨는 2014년 6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4년 및 7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7년 12월에 징역형이 집행 종료됐다. 같은 날 부착명령 집행이 개시됐다.

이때 법원은 검사의 청구를 받아들여 부착명령 준수사항에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음주하지 말고 보호관찰관의 정당한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추가했다. 그런데 준수사항에 준수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2024년 4월 남양주시 한 식당서 식사 중 보호관찰소 직원들이 A씨에게 준수사항 이행 여부 점검을 요구했다. 이에 A씨는 음주측정을 거부하다 자신의 승용차로 운전해 주거지로 귀가했다. 보호관찰소 직원들이 재차 음주측정을 요구하자 A씨는 수차례 거부 끝에 응해 혈중알코올농도가 0.107%로 측정됐다.

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선고하는 경우 부착기간의 범위에서 준수기간을 정해 여러 준수사항 중 하나 이상을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사건에서는 준수기간을 정하지 않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준수사항이 적법한지가 문제됐다. 1, 2심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준수기간을 정하지 않은 준수사항은 위법하므로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다"면서 "문제가 된 추가 준수사항은 위법하므로 이를 근거로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할 수 없고 음주측정 결과 또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