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를 이용하다 경제적 파탄 상태에 이른 의뢰인들을 상담하다 보면 무작정 사채업자들의 협박이 무서워 빚을 갚는 경우가 많다. 계약은 지켜야 하고 빚은 갚아야한다는 생각에 빠져 그 계약이 유효한 것인지 그 빚은 이미 다 갚은 것은 아닌지 따져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2년 가까이 채무를 변제한 경우에는 이자제한법에 따라 계산하면 이미 모든 빚을 갚았는데도 빚이 있는 것으로 착각해 공포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대부업법의 개정 등 금융채무자보호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부업을 이용하는 채무자들을 구제할 방법이 현행법상 없는 것일까? 미등록대부업체의 경우 과거 대부업법상 허용된 34.9%가 아닌 이자제한법상 30% 또는 연25%를 넘는 이자를 징수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과 조세관청의 제재를 받을 수 있고, 초과 징수한 이자는 부당이득으로 간주돼 반환해야 한다.

또 대부업체를 이용한 채무자는 대부업체의 탈법적인 채권추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성남시와 서울시, 경기도는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무료로 채무자대리인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자신의 능력으로 모두 갚는 것이 불가능한 채무자는 개인파산, 개인회생제도를 통해 경제적 갱생을 도모할 수도 있다.

필자가 대리한 미등록 대부업체의 채권추심 소송에서 채무자가 형사(이자제한법위반/대부업법위반), 행정(조세), 민사(부당이득반환)상 금융채무자 보호장치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대응한 경우 대부분의 대부업체들은 조정을 제안하고 더 이상의 채권추심을 포기했다. 이같은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은 사채업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법의 방패로 막고 법의 창으로 공격하는 채무자라는 사실이다.

이처럼 높은 이자율의 늪에 빠진 채무자들도 대부업체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형사적, 행정적, 민사적 방패가 마련돼 있다. 사채업자의 무시무시한 채권 추심에 대한 공포에 빠져 대응을 포기하기보다 법의 창과 방패로 힘껏 싸워 경제적 갱생을 도모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