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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우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이 2015년 12월16일 오후 서울 중구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로스쿨 원장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달 시행될 변호사시험 출제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집단으로 자퇴서를 제출한 로스쿨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업복귀와 변호사시험 응시를 호소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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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쿨 학생들이 1월 4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사시 폐지를 촉구하며 릴레이 도보 대장정에 앞서 출범식을 하고 있다. 2015.1.4/사진=뉴스1 |
로스쿨 입시비리 의혹을 담은 책을 낸 로스쿨 교수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가 지난달 발간한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에는 교수들이 청탁에 의해 입시결과를 좌우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들어 있다.
신 교수의 주장에 대해 경북대는 입시비리를 전면 부정하며 신 교수에 대한 징계 논의까지 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교육부가 지난해말부터 로스쿨 입시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있는 점과 맞물려 법조계에선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20대 총선직후 국회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 자문기구' 활동이 예정된 상황에서 이번 로스쿨 입시관련 논란은 민감한 사안이 될 수 밖에 없다.
현재까진 신 교수의 주장에 불과하지만 로스쿨 입시에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선 꼭 밝혀야 한다. 만약 일각의 주장대로 로스쿨 교수들 주도의 현 입시체계에서 온갖 청탁이 부정입시로 이어진 게 사실이라면 거기에 관여된 모든 학교관계자와 교수들은 법적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로스쿨 입장에서도 부정 입학이 가능한 것처럼 오해받는 측면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떳떳하게 밝히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로스쿨 입시는 그간 지나치게 교수들의 '자의적 평가'로 뽑는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서울 주요대학에선 30대 이상 합격자를 아예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교수들의 '어린 학생 선호'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애초 다양한 사회 경력자 출신의 법조인을 배출한다는 로스쿨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셈이다.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이 여러 번 지적했듯 교육부 등 관련 부처는 2009년 로스쿨이 개원된 이래 사실상 방치해 놓고 있었다. 미국 로스쿨의 '자율성'이 그대로 한국식 로스쿨에 적용되면서 '로스쿨은 학교 자율로 운영하는 게 원칙'인 것처럼 잘못 인식돼 온 탓도 있다. 미국 대학과 달리 '관(官)' 의존도가 높고 '예산'과 '정책' 모든 면에서 자율보다는 정부주도하에 타율적으로 운영되는 우리 대학들의 환경과 풍토를 고려하지 못한 셈이다.
그 사이 로스쿨 학생들은 입시부터 졸업까지 '생사여탈권'에 대해 전권(全權)을 쥐고 있는 교수들에게 '을(乙)'로 지내면서 제대로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장학금 축소문제를 비롯해 학교와의 마찰과정에서 개원 초기 몇 로스쿨에선 학생회 임원들이 학교 당국으로부터 '괘씸죄'로 찍혀 징계를 받기도 했다.
로스쿨이 8년차에 접어들면서 교수들의 권한은 더 커졌다. 변호사시험 합격률과 연계된 '학사엄정화'라는 장벽과 자의적인 '졸업사정'때문에 학생들은 교수들의 강의와 행정에 불만이 있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형편에 이르렀다.
신기남 의원 아들의 졸업시험 논란도 그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신 의원 아들 지도교수인 소재선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로스쿨당국이 졸업시험으로 학생들을 통제하고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올리기 위해 자의적으로 탈락시키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신 교수 책 제목이기도 하지만 로스쿨 커뮤니티에선 이미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이란 표현은 많이 쓰였다. 법대에서 로스쿨로 바뀌면서 교수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연 1500명 수준의 변호사 배출이 25개 로스쿨 교수들의 관리하에 이뤄지면서 교수들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때론 권한을 남용하는 교수들에 대한 불만이 로스쿨내에서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불만들이 로스쿨 커뮤니티 밖으로 표출되지 않았던 것은 변호사협회 등이 사시존치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로스쿨 교수에 대한 불만이 로스쿨 붕괴와 비판으로 이어질 것을 염려한 탓도 클 것이다.
사법시험을 존치시키자는 활동이 활발해지자 로스쿨 사회는 내부 문제보다는 외부 위협에 먼저 대응한 셈이다. 다만 이런 분위기는 지난 연말 변호사시험 거부사태 당시 로스쿨 원장단에 의한 출제거부 철회로 조금 바뀌었다. 학생들의 변호사시험 거부에 교수들도 출제거부로 뜻을 모으는가 싶더니 열흘도 안 돼 입장을 바꾼 모습에 실망한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교수들의 갑작스런 입장변화가 교육부의 입시부정 전수조사 압박때문이라는 소문도 돌 정도로 학생들의 교수들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
따라서 이번 신 교수 저서 논란도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다. 로스쿨 내부에서도 로스쿨 교수들에 대한 그동안의 불만과 입시와 졸업에서의 교수권한이 지나치게 큰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최근에서야 로스쿨 입시에서 '외부 면접관 도입'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수년전부터 일부 로스쿨 졸업생들이 주장하던 바다. 이제라도 교육부가 로스쿨 개선책에 관심을 두는 것도 사실은 국회 법사위 등 외부의 관심과 압박때문이다. 교육부가 국회의 요구없이도 '자율'적으로 로스쿨 감독을 철저히 하고 입시 투명성 확보와 장학금 대책에 먼저 관심을 뒀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로스쿨도 마찬가지다. 로스쿨의 '자율'을 바라지 말고 교육부 등에서 압박하고 강제해야 한다. 미국에서 들여왔더라도 때론 '미국식 자율'을 포기하고 관에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한국식 로스쿨' 운영이 우리 사회와 학생들에게 더 이로울 수 있다. 로스쿨 교수들에게 '자율적 개선'을 바라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얘기고 너무 늦었다.
논란이 된 신 교수의 책은 그간 사시존치 활동의 주력기지 역할을 해온 서울지방변호사회 지원금으로 출간됐다. 결국 로스쿨은 사시존치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의 '공격'에 취약점을 계속 노출한 셈이다.
로스쿨에 만약 문제가 있다면 상당부분은 교수들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게 로스쿨 커뮤니티의 일반적 시각이다.
로스쿨은 완벽한 제도가 아니다. 특히 '로스쿨 교수'문제는 로스쿨 커뮤니티에서 내부비판 소재로 단골로 등장한다. 로스쿨은 로스쿨 교수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로스쿨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이제라도 '제 얼굴에 침뱉기'라는 생각에 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로스쿨을 거쳐간 변호사들과 현 재학생들에 의한 개선의 움직임이 나와야 로스쿨 제도가 건강하고 정당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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