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은 점유가 생명이지만 실제 유치권을 주장하는 공사업자가 점유를 지속하기란 매우 힘들다. 유치권 행사가 언제 종료될 지 모르고 그 기간 동안 점유를 지속해야 하는데 점유하는 동안의 노력과 비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유치권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 약 60% 정도가 점유하지 못했단 이유로 공사대금은 있지만 유치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유치권을 주장하는 채권자들 중 점유에 있어서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이른바 임차인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유치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즉 임차인은 스스로 점유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유치권자들과 다르게 점유 요건 만큼은 충족시킬 수 있다.

◇ 필요비·유익비 채권인 비용상환청구권으로 유치권 주장 가능

문제는 임차인이 유치권자로서 그 요건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점유 뿐 아니라 피담보채권이 존재해야 한다. 이때 피담보채권은 건물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어야 한다는 '견련 관계'가 필요하다.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해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은 보증금반환청구권, 권리금반환청구권, 비용상환청구권 등이 있다.

그 중 보증금반환청구권이나 권리금반환청구권은 견련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으로서 그 효력을 인정받지 못해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 대법원의 태도를 보면 이러한 채권들을 피담보채권으로 하는 유치권을 주장하는 경우 모두 인정받지 못했다.

임차인이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으로서 유일하게 주장할 수 있는 채권은 필요비·유익비채권, 즉 비용상환청구권이다.

필요비와 유익비의 구별 기준은 꼭 필요한 비용인지 아닌지다. 필요비란 부동산이나 건물을 유지하고 보수해 사용하는데 꼭 필요한 유지와 수리에 드는 비용을 뜻한다. 유익비란 민법에서 물건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비용을 말한다. 건물에 이중창을 다는 비용 등이 여기에 속한다. 

비용상환청구권이라는 채권 자체가 목적물의 가치 상승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견련 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임차인은 이 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다.

◇ 문제는 '원상복구 조항'…임차인 유치권 주장 인정받기 힘들어

그러나 문제는 모든 임차인들이 작성하는 임대차 계약서 자체에 부동문자로 '원상복구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원상복구 조항이란 임차인은 임대차 종료시 자신이 설치한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여 원래 상태대로 복구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이다. 임차인이 임차 목적물에 관해 자신이 아무리 그 가치를 상승시키는 시설물을 설치하였다고 하더라도 원래대로 복구해야 한다. 

관련 판결에서 대법원은 비용상환청구권을 근거로 유치권을 주장하는 임차인에게 "피고 A씨는 임대차관계 종료시 건물을 원상으로 복구해 이를 원고 B씨에게 주기로 약정한 사실이 있다"며 "이는 건물에 지출한 각종 유익비 또는 필요비의 상환청구권을 미리 포기하기로 한 취지"라고 말했다. 계약서에 원상복구 조항이 존재하면 비용상환청구권을 미리 포기한 것과 동일해 유치권을 주장하기 위한 피담보채권 자체가 애초부터 성립되지 않는단 얘기다. (대법원 1975. 4. 22. 선고 73다2010 판결)

또 다른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필요비, 유익비의 상환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약정은 유효하다"고 했다. (대법원 1993. 10. 8. 선고 93다25738, 25745 판결)

결국 임차인은 원상복구 조항에 해당하지 않을 정도, 즉 건물 구조 자체를 변경하는 리모델링 수준이 아닌 한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는 피담보채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유치권을 인정받기 힘들다.

반대로 투자자 입장이라면 임차인이 유치권을 주장하는 건물에 주목해야 한다. 해당 건물에 대해 꼼꼼히 살핀 후 낙찰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