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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를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관 로비'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최 변호사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와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전 대표(40)로부터 100억원이 넘는 수임료를 받고 부당한 변론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인베스트컴패니 사건, 전관예우 의심 정황 있어

특히 송창수 이숨투자자문(이숨) 전 대표 관련 사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숨투자자문의 피해자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우리의 김정철 변호사 등 사건 관련자들을 통해 본 이숨 사건의 전말은 전관예우와 법조비리가 상당히 의심됐다. 

사건은 송창수 이숨 전 대표가 인베스트컴패니 사건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시작됐다. 송 전대표는 2013년 10월18일 인베스트컴패니 사건에서 사기, 유사수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총 피해규모는 100억원대다.

송 전대표는 일명 '폰지사기' 수법을 사용했다. 폰지사기란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은 다음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의 원금을 받아 앞 사람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즉 실제로 아무 사업을 하지 않으면서도 투자금을 받아 챙기는 것을 말한다.

인베스트컴패니 사건의 재판 도중 보석을 신청해 석방된 송 전대표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면서 이숨을 별도로 설립한다. 관련 법률에 따라 과거 금융 관련 범죄로 처벌전력이 있는 송 전대표는 대표이사가 될 수 없었기 때문에 안 모씨를 대표이사로 등재해 이숨을 운영한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인베스트컴패니 사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된다. 이때 송 전대표는 사기 부분이 무죄가 됐음에도 다른 부분의 유죄가 인정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다. 이숨투자자문은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석방이 꼭 필요해진 송 전대표가 최 변호사에게 항소심 맡겨

바로 이때 최유정 변호사가 등장한다. 송 전대표는 최유정 변호사에게 인베스트컴패니 사건의 항소심 진행을 맡긴다. 수임료는 알려진 바로는 20억원이 넘는다. 꼭 석방이 필요한 사건이어서 그랬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숨의 피해자들은 이미 송 전대표가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항소심 재판의 판결이 어떻게 될 것인지였다.

만약 송 전대표가 석방되면 피해자들은 합의나 피해 회복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송 전대표는 상당한 재산을 은닉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돼 해외 도주 또는 국내 도피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송 전대표가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 송 전대표와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합의를 통해서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피해 회복을 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형을 피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0월 송 전대표에 대한 인베스트컴패니 항소심 판결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다. 송 전대표는 석방돼 또 다른 사기를 꿈꿨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숨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검찰에서 수사관을 보내 송 전대표를 긴급체포한다. 그는 바로 구치소로 가게 된다. 이후 이숨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송 전대표에게 징역 13년의 실행을 선고하고 피해자들의 배상신청을 전부 받아들여 그 배상규모는 1160억원 정도에 이른다.

◇속전속결 재판 진행…주범에게 사회봉사명령 조차 부과 안 해

그렇다면 인베스트컴패니 항소심 사건에서 송 전대표를 석방한 판결에 이상한 점은 없는 걸까.

1심에서 송 전대표 외 7인의 공범 중 송 전대표만 실형을 선고받고 나머지 7인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런데 항소심 판결은 주범 송 전대표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다른 공범들에게는 사회봉사명령을 부과했지만 송 전대표에겐 보호관찰만 명하고 있다. 이례적이다.

게다가 항소심에서 단 첫 기일만 진행하고 바로 변론 종결 후 선고가 이뤄졌다. 그런데 최 변호사는 항소이유서 제출과 동시에 보석신청을 한다. 1심에서 실형 4년을 선고 받고 1심과 별 다른 사정이 없는데도 보석신청을 하는 것은 의외의 변론활동으로 평가된다. 

결국 보석은 기각됐지만 어쩌면 송 전대표는 이때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했을 지도 모른다는게 관련자들의 생각이다.

◇재판 연기 막으려던 최 변호사의 이례적 변론 활동

이상한 점은 또 있다. 이숨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한창 진행 중에 공범 중 하나가 도주한다. 이 공범이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이 진행되지 못해 그 기일에 변론종결이 불가능해지고 다음 기일로 재판이 연기된다. 피고인 중 하나라도 출석하지 않으면 증거조사나 심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최 변호사는 공범의 항소를 취하한다는 항소취하서를 제출한다. 재판의 일정이 연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보통 피고인의 미결구금일수를 늘려야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아진다. 피고인이 상당한 기간 구금되었던 사정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항소심에서 한 기일이라도 더 얻어내 집행유예 가능성을 높이려고 한다. 그러므로 최 변호사의 항소 취하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최 변호사는 재판이 빨리 끝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 재판의 결과를 확신하지 않았다면 하기 힘든 행동이다.

이숨투자자문 피해자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는 "이상한 점이 많은 수원지방법원의 판결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사법계 불신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며 "이 사건이 묻히지 않고 왜 이런 판결이 나오게 됐는지 수사가 이뤄져 모든 의혹이 제대로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