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사법시험 존폐 논란과 로스쿨 개혁논의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교육부의 로스쿨 입시관련 전수조사 발표에 대해 비판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 발표에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장 대변인은 '교육부는 로스쿨 입시부정에 눈을 감자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교육부 실태조사는 로스쿨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시키는 계기가 돼야 함에도 드러난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문제해결의 의지가 없다는 점만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입시요강을 정면으로 위반해 합격한 학생에 대해 로펌의 자문결과를 내세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상당수 대형 로펌 고위직 인사 자녀들이 로스쿨에 입학하거나 재학 중이어서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로펌의 의견을 앞세우고 교육부가 그 뒤에 숨는 것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교육부가 전수조사 결과에 대해 로펌 자문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대형 로펌 변호사들의 자제들이 로스쿨에 진학했으니 그런 이유로 로펌에 로스쿨에 대한 자문을 해선 안 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날인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안철수 대표도 로스쿨 입학과정에 대해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안 대표는 정운호 게이트 사례를 들어 법조비리에 대해 비판하며 동시에 로스쿨 입학과정에 부모 직업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국민들이 절망했다고 평가했다. 이른바 수저계급론을 언급하며 기회의 공정성에 대해 강조했다. "부모의 직업과 부(富)가 자식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는 발언도 덧붙였다. 다분히 로스쿨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이 역시 새누리·더민주의 당 대표들에게선 보기 힘들었던 강경발언이다.

이러한 발언들이 신호가 된 것처럼 연휴가 끝난 지난 9일, 사법시험 수험생들이 국민의당 당사 회의실을 점거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 사법시험 존치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국민의당은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해 국민의당을 압박했다. 

수험생들은 안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하다 박선숙 사무총장의 입장발표 약속에 농성을 풀었다. 박 사무총장은 오는 16일까지 사시존폐에 관한 국민의당 입장발표를 할 것을 약속했다.

총선이 끝나고 20대 국회를 준비하는 기간인 5월 들어 국민의당의 로스쿨 관련 언급과 이어진 사시수험생들의 당사 점거는 예삿일이 아니라는 평가다. 

게다가 안 대표는 더민주 소속이던 지난해 11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의견을 받아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안 대표가 '현대판 음서제 방지법'이라 칭한 이 개정안은 사시존치 활동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입법청원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공직자 직계존비속의 직업 등을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 가족의 취업현황을 공개하도록 하자고 주장한 것은 로스쿨 출신의 국회의원 자녀 취업 청탁 의혹제기에 이어진 후속 조치였다. 다시말해 사시존치를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나온 게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다.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가족의 취업 내용까지 공개하라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내용은 지난해 8월 서울지회가 들고 나올 때부터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과도한 입법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 안철수 의원은 과감하게 서울지회가 입법청원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개정안에 담았다. 

발의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법안이었고 실제로 상임위 단계에 계류돼 19대 국회에선 전혀 진전이 없었지만 안철수 의원이 캐스팅보트를 쥔 제2야당 대표가 된 현재엔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안 대표가 사시존치에 적극적인 서울지회와 뜻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부의 로스쿨 입학관련 전수조사발표에 비판 논평을 한 장진영 대변인의 이력도 새삼 거론된다. 장 대변인은 2010년 변호사시험 합격률로 변호사협회와 로스쿨측이 정면 충돌했을 당시 변협 대변인을 역임했다. 당시 법무부가 변협 등 법조계의 50% 합격률 주장에 쏠리는 모습을 보이자 로스쿨학생회측이 사법개혁추진위원회 등 정부원안대로 80% 합격률을 지켜줄 것을 요구하며 과천청사앞에서 수천명이 참여한 집회를 갖고 자퇴서를 제출하는 등 논란이 컸다. 

결국 법무부가 정원대비 75%합격률이라는 대안으로 마무리지었지만 로스쿨측과 변협의 반목은 그때부터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 장 대변인은 당시 변협이 변시 합격률로 50%를 제시한 것에 대해 기성 변호사들의 이익단체인 변협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는 변협이 로스쿨 정원의 50%를 합격률로 제시한 것이 결코 엄격한 요구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중도탈락자나 하위권을 제외하면 실질경쟁률이 낮아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로스쿨 졸업생이 법대 졸업생과 차이가 없어 모두 변호사로 선발하는 것은 곤란하고 로스쿨이 사법연수원보다 질적으로 못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은 로스쿨 측도 인정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장 대변인이 6년전 변협 대변인 입장에서 갖고 있던 로스쿨에 대한 생각은 최근 논평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평소 공정사회를 강조하는 안철수 대표가 로스쿨을 불공정한 곳으로 인식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사시존폐 논란에 향후 국민의당의 입장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법조계에서는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사시존폐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캐스팅보트 역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로 예정된 국민의당의 사시존폐 관련 입장발표가 큰 관심을 모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