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건설경기 불황으로 중소건설업체 부도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보편화 된 건설현장에서 하청업체(하수급인)의 부도는 상위단계 수급인(직상수급인)과 관련한 노무자들에게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일부 업체들은 공사를 거의 완료할 즈음 마지막 기성을 받고 악의적으로 노무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 이런 건설 근로자들의 불안정한 지위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은 직상수급인에게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 임금을 대신 지급토록 규정하고 있다.
공사도급이 이뤄진 경우 직상수급인은 하수급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하도급대금 채무의 부담 범위 내에서 △ 직상수급인이 하수급인을 대신해 하수급인이 지급해야할 임금을 지급할 것을 합의한 경우 △ 건설근로자에게 집행권원이 있는 경우 △ 하수급인이 임금채무가 있음을 직상수급인에게 알려주고 파산 등으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을 할 수 없는 명백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직상수급인이 하수급인 근로자의 임금을 직접 지급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44조의3)
유의할 점은 직상수급인이 모든 하도급 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지급해 버리면 근로자들은 직상수급인에게 임금을 직접 청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통상 근로자들이 집행권원을 확보하거나 하수급인이 파산을 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 직상수급인이 내부사정을 모르고 하수급인에게 대금을 모두 지급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위 규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면 직상수급인의 입장에서는 이미 하수급인에게 대금지급을 마쳤는데도 건설 근로자들이 현장을 점거하는 등 막무가내로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해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노무비를 이중으로 지급하게 되는 사례도 있다. 물론 직상수급인은 하수급인에게 구상 청구를 할 수 있으나 이런 경우 하수급인이 자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체크포인트
이처럼 건설현장의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키 위한 대안으로 애초 직상수급인이 하수급인과 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미리 근로자 임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을 포함시키거나 별도 서면합의를 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최근 이를 제도화 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노무비 전용계좌를 별도로 개설하게 하는 조례를 시행하고 있으나 서울시 발주공사에 한해 적용되는 한계가 있다. 건설 근로자도 임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으면 즉시 직상수급인에게 알리고 임금에 해당하는 하도급 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지급하지 말고 직접 지급해 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이구일 변호사는 기업분쟁연구소(CDRI)에서 기업법무와 부동산·건설분야 업무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부동산·건설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