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준 민변 통일위원회 위원장이 2016년 6월21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가정보원 상대 북한 식당종업원 인신구제청구 1차 심문기일 참석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탈북자 13명이 지난 4월 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모처에 도착해 숙소로 걸어들어가고 있다./사진=뉴스1

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여성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 사건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인신 보호 구제 심사 청구로 이어지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집단 탈북은 지난 총선을 불과 닷새 앞두고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탈북한 것에 대해 그들이 자유 의사로 탈북한 것인지 아니면 북에서 주장하는 대로 납치를 한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민변은 자의에 의한 탈북인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원에 해당 종업원들에 대한 접견 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한 후 인신 보호 구제 심사를 청구했다. 인신 보호 구제는 부당하게 수용시설에 갇힌 사람이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주로 강제로 정신병원에 갇힌 사람을 꺼내려 할 때 활용된다. 피수용자, 그 법정대리인, 후견인,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동거인, 고용주 또는 수용시설 종사자가 청구할 수 있다.

북에 있는 가족들 위임은 가능하나 정말로 위임한 것인지 확인 필요

민변은 현재 해당 종업원들의 가족들에게서 위임장을 받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친북 인사가 북한의 가족에게 위임장을 받아서 이메일로 전달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이렇게 위임장을 받아 대리하는 것에 문제는 없을까.

임효진 변호사는 "헌법에 따라 북한에 있는 사람에게도 대한민국의 법이 영향을 미친다"면서 "집단 탈북자들의 직계혈족이 인신보호를 청구했고 민변이 적법한 대리인이라면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재판부는 민변 측에 소송위임장에 대한 보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법인의 민사소송에서도 법인 인감이 날인 되지 않으면 보정을 명하고 외국인의 경우에는 위임장 공증을 요구하거나 당사자와 유선 통화로 위임을 확인하기도 한다"며 "현실적으로 북한 주민이 실질적 위임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어려우나 확인하는 절차는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위임 여부가 확인되지 않으면 각하 될 수 있단 얘기다.

각하란 청구의 내용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종료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가 민변 측에 위임장 원본과 북한 가족들이 위임장을 작성하는 동영상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음에도 제출하지 못한다면 각하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당사자 불출석·비공개 진행 등은 큰 문제 없어…기피 신청 결과 지켜봐야

민변은 해당 종업원들이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은 점과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한 점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필우 변호사는 "당사자는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출석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종업원들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도 재판은 진행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의 공개 여부에 관해서도 이 변호사는 "관련법상 공개가 원칙이긴 하지만 안전 상의 이유로 비공개 재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변은 재판 진행과정을 문제 삼은 것 외에 별도로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기피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경우 법관을 직무집행으로부터 배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민변이 정확히 어떤 사유로 기피 신청을 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임효진 변호사는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로 볼 때 불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 진다"면서 "재판장의 소송지휘에 대해 불만이 있다거나 사건에 관해 법관이 표명한 바에 비춰 재판이 불리하거나 불공정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만한 주관적인 사정으로는 기피가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도 "재판부가 위임 여부를 확인하고자 한 것은 정당한 재판 진행이기 때문에 이 때문에 기피 신청을 했다면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기피 신청을 한 것은 일단 각하 판결을 피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와 관련 '헌법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회장 심재철, 간사 김진태)은 "민변은 이제 대놓고 북한 김정은의 법률 대리인으로 나설 것인가"라고 비난하며 "수사당국은 민변의 소송위임장 입수경위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민변은 논평을 통해 "국정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여종업원들이 자의로 탈북한 것이며 이들을 자발적 의사에 따라 보호하고 있는 것이라면 인신구제청구 심문기일에 당사자들을 출석시키지 못할 어떤 이유도 없다"라며 "법원이 앞으로 당사자의 소환을 비롯한 더 이상의 심문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법원의 인신보호기능을 스스로 저버린 처사"라고 주장했다.

민변은 "인신보호법상의 구제절차를 수행하지 않겠다고 통지한 재판부에 대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유가 있는 것으로 기피신청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탈북자들의 인권과 국가안보의 문제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