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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집단구타에 저항하려 팔 휘두르다 입힌 상해…'정당방위' 무죄

[the L]

편집자주[친절한 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싸움은 공격과 방어가 뒤엉키기 마련이다. 때문에 싸움을 하면서 서로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그 과정에서 상처가 났다고 해도 법원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싸움의 시작이 일방으로부터 비롯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남편과의 불륜을 의심한 아내가 상대방 여자의 집에 일행을 데리고 찾아와 집단 구타를 가하고, 이에 반격한 여자에 의해 상처를 입은 경우의 ‘반격’ 행위는 정당방위가 된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단(2009도12958)이 있다.

 

아내 A씨는 2008년 9월 새벽 1시쯤 음식점으로 자신을 데리러 오라는 남편 B씨의 연락을 받고 가던 중 노래방에서 남편이 처음 보는 여성 C씨와 함께 팔짱을 끼고 나오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 후 남편과 C씨의 관계를 의심하게 된 A씨는 C씨의 휴대전화를 알아낸 뒤 아들 D군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수십 회에 걸쳐 "죽이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협박 전화를 했다.

 

결국 견디다 못한 C씨가 수신거부를 하고 전화를 받지 않자, A씨는 C씨의 주소를 알아내 밤 11시쯤 아들 D군과 지인, 올케를 대동해 C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발로 차며 문을 열어 달라 소리치는 등 소란을 피웠다. 이에 당시 혼자 집에 있던 C씨는 겁을 먹고 문을 열어주지 않다 안심하라는 말에 문을 열었다가 A씨 일행의 습격을 받았다.

 

C씨의 집 안 거실까지 신발을 신은 채 들어온 A씨 일행은 합세하여 C씨를 구타하기 시작했고, 폭행을 피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손을 휘저으며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A씨 일행의 팔 등에 상처를 입혔다.

 

검찰은 C씨가 집에 찾아온 A씨 일행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것을 미리 예상하고 반격할 마음의 준비를 했었던 상태에서 싸움이 일자 상처를 가했다며, C씨를 상해죄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일행의 불법한 폭력 행위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 차원에서 한 C씨의 행동으로 A씨 등에게 상처가 났다고 하더라도 C씨에게는 '정당방위'가 인정돼 무죄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맞붙어 싸움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공격행위와 방어행위가 연달아 행해지고, 방어행위가 동시에 공격행위인 양면적 성격을 띠어 어느 한쪽 당사자의 행위만을 가려내 방어를 위한 정당행위라거나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라면서도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폭력을 행사한 경우라면,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않는 한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씨의 행위는 위급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한 것으로, 비록 A씨 일행에 폭력과 상해를 가했더라도 정당방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돼 무죄라는 것이다.

 

정당방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위법한 현재 침해가 존재해야 한다. 재판부는 "남편과 C씨가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따지기 위해 C씨의 집을 찾아가 폭행을 했다고 하여 A씨 일행의 공격행위가 적법한 것은 아니다"며 "A씨 일행의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사회관념상 상당성 있는 방어행위를 한 C씨의 공격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이 사건에서 C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 판결 팁 = 싸움에 휩싸여 폭행이나 상해죄 등으로 기소된 피의자들은 '정당방위'의 항변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법원은 정당방위를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고 있어 반격이 방위행위로 인정되기 어렵다.

 

대법원은 정당방위의 4가지 요건 가운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 방위행위일 것'이라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당방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취한다.

  

이번 사례에서 A씨 일행이 C씨에게 가한 공격과 상해에 비례하는 정도의 반격을 한 C씨의 행위는 ‘방위행위의 상당성’이 있다고 인정했다고 해석된다.

 

 

◇ 관련 조항

형법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제21조(정당방위)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③ 전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제257조(상해, 존속상해)

①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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