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나온 통진당 해산 결정도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이석기 전 의원 등에 의한 소위 'RO'회합이 적발되면서 법무부는 헌재에 통진당 해산심판청구를 냈고 헌재는 이를 받아 들였다. 정당 해산이라는 초유의 결과는 한편으로 공안 탄압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적극적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실현했다는 옹호론도 동시에 나왔다.

지난해 2월 내린 간통죄 위헌도 역사적 결정으로 평가받는다. 이 결정으로 간통죄는 형법 제정 62년 만에 폐지됐다. 헌재 심판대에 오른지 5번째에야 비로소 위헌 결정이 났다. 헌재는 간통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를 주된 판단 근거로 내세웠다. 이는 헌재가 시대 변화도 주요 논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역사적 의미를 지닌 주요 결정들에 비해 이번 김영란법 합헌 결정은 다소 싱거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부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지만 헌재는 심판청구된 쟁점 모두에 대해 합헌 판단을 냈고 예상보다 간단한 결론을 내렸다. 일부 쟁점에서 위헌판단을 기대했던 이들은 헌재가 소극적인 눈치보기 결정에 머물고 말았다는 비판도 한다.

헌재는 1988년 개소한 이후 대법원과 줄곧 비교되며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한때 있었다. 중요 정치 국면에서 전환점을 마련한 결정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한편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사안을 헌재에 미루는 현상도 반복돼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회 선진화법이 그 대표적 예다. 국회가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헌재 판단을 구했지만 결국 지난 5월 각하 결정으로 사실상 국회에 공이 되돌아 갔다.